[웹툰 픽!] 고정관념을 깬 타임루프 개그만화…’죽어도 좋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 어제 겪었던 사건들이 오늘도 똑같이 일어난다.

정확히 말하면 오늘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특정 시간대가 무한히 반복되는 ‘타임 루프’는 영화와 만화, 소설 등 여러 매체에서 변주돼 온 설정이다.

웹툰 ‘죽어도 좋아’

[카카오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웹툰 ‘죽어도 좋아’는 바로 이 타임 루프 설정을 바탕에 깔고 개성 있는 캐릭터를 얹어 재미를 끌어낸 작품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회사원 이루다 주임, 그의 악덕 상사 백 과장이다.

백 과장은 50대임에도 영화배우처럼 잘 생겼지만, 사고방식이 편협하고 부하직원에게 막말을 일삼는 인물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백 과장이 여기저기 폭언을 퍼붓고 만취해 루다의 옷에 구토까지 한 날 루다는 속으로 ‘백 과장을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달려온 차에 치여 백 과장이 사망한다. 꿈이길 기도하는 루다 덕인지 다시 똑같은 날 자정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다음 날 루다는 백 과장을 저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도돌이표처럼 시간은 되돌아간다.

꼭 루다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원한에 차서 백 과장이 죽기를 소망하면 타임 루프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루다는 백 과장을 통제하기로 결심한다.

다행히 백 과장도 자신이 사망하는 꿈을 반복적으로 꾸면서 조금씩 타임 루프의 존재를 인지해나간다.

이에 루다는 백 과장을 가두거나 전두엽 절제술을 하겠다는 과격한 협박까지 하면서 매일매일 간신히 그의 망언을 막아낸다.

웹툰 ‘죽어도 좋아’

[카카오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웹툰의 가장 큰 장점은 타임 루프 장르 특유의 뻔한 서사를 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로 티격태격하던 루다와 백 과장이 사랑에 빠지지도, 유일하게 타임 루프를 이해하는 두 사람이 우정어린 관계로 남지도 않는다.

성격 파탄자인 백 과장이 스스로 깨닫고 반성해서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루프의 법칙도 수시로 진화한다.

백 과장이 길을 가다가 ‘죽어’라는 말만 듣거나 보면 죽기도 하고, 때때로 하루가 아니라 이틀, 일주일씩 시간이 당겨지기도 한다.

여기에 강박적으로 착한 행동을 하는 루다의 연인 강미로 대리까지 엮이면서 이야기는 시종일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골드키위새 작가의 개그 욕심이 돋보인다.

과장이 지레 김칫국을 마시는 장면에서는 ‘갈아 만든 김치’ 캔 음료를 마시고, 오글오글한 장면 뒤에는 그리는 사람의 손도 오그라들었다며 등장인물들을 엉망으로 그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마냥 개그 일변도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우리가 왜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켜야 하고, 진심을 내뱉는 대신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답변을 마련해뒀다.

예의를 사회적 동물이 법 없이도 사회라는 테두리를 부수지 않는 방법이라고 표현하거나 이타심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이기심이라고 정의하는 대사들이 인상 깊다.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