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악’ 위하준 “사랑 앞에선 다른사람 되는 보스 표현”

폭력조직 정기철 역할…”새로운 느낌의 누아르 될 것 같아 도전”

 

드라마 ‘최악의 악’ 배우 위하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이승미 인턴기자 =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는 다른 사람을 연기한다고 생각했어요. 목소리 톤도 올리고 표정도 바꾸고요. 어쩌면 이중인격처럼 보이기도 하죠.”

디즈니+ 드라마 ‘최악의 악’에서 배우 위하준이 연기한 정기철은 서울 강남 일대를 장악한 폭력 조직 ‘강남 연합’의 수장으로 냉혹하고 잔인한 인물이지만, 첫사랑인 유의정(임세미 분) 앞에선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정기철은 고교생 시절 성당 성가대 선배였던 유의정을 향한 감정을 잊지 못하던 중 자신의 부하 조직원인 권승호(지창욱)와 의정이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한다. 이렇게 기철과 의정의 인연이 다시 이어진다.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위하준은 “유의정과 함께 있는 장면에선 순수하게 좋아하는 여자를 볼 때 남자 청년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며 “사랑하는 사람한테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되는 게 타당성 없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정기철은 냉랭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조직 보스이지만, 유의정 앞에선 고교생 시절로 돌아간 듯 수줍고 다정한 모습을 보인다.

위하준은 “처음엔 조직 보스의 모습이 더 연기하기 쉬운 줄 알았는데,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강렬함과 냉정함을 보여주는 것이 점점 어렵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 ‘최악의 악’ 배우 위하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남 연합의 조직원 권승호는 사실 조직의 마약 밀매 증거를 잡기 위해서 신분을 위장해 잠입한 형사 박준모이자 유의정과 부부 사이다.

박준모는 정기철의 절친한 친구이면서 일찍 유명을 달리한 권태호의 사촌 권승호로 위장해 기철에게 접근한다. 유의정은 준모의 위장 수사를 도우려 정기철에게 다가간다.

정기철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권승호(박준모)를 신뢰하고 유의정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믿는다. 빈틈없이 치밀한 정기철은 아이러니하게도 권승호(박준모)와 유의정 모두에게 속는다.

위하준은 “정기철이 권승호를 받아들이는 부분은 저도 처음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권태호가 정기철과 각별한 친구였고 기철이 벌인 일 때문에 죽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 태호의 사촌인 권승호를 더 빨리 받아들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최악의 악’은 경찰의 위장 수사라는 다소 흔한 소재에 남녀의 삼각관계를 새로운 재미 요소로 더했다. 여기에 1980∼1990년대를 누아르풍으로 재현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 같은 요소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면서 ‘최악의 악’은 디즈니+ 시리즈물 가운데 연일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최악의 악’은 오는 25일 마지막 10∼12회가 공개된다.

위하준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인물들의 본능적인 행동이 그려지면서 새로운 느낌의 누아르 장르가 될 것 같아서 도전하게 됐다”며 작품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곧 공개될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선 “모두가 씁쓸해지고 쓸쓸해지는 내용”이라며 “누가 악인인지 아닌지를 떠나 모두가 공허해지는 결말이 아닐까 한다”고 귀띔했다.

드라마 ‘최악의 악’ 배우 위하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위하준은 선명한 이목구비에 선한 인상과 매서운 느낌을 모두 갖춰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했다.

드라마 ’18 어게인’에선 진지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야구선수를 연기했고, ‘배드 앤 크레이지’에서는 히어로를 자처하며 부패한 이들을 소탕하는 의문의 남성 역할을 맡았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실종된 형을 찾아 무자비한 게임이 벌어지는 현장에 혈혈단신으로 잠입하는 황준호를 연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위하준은 “저는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며 “스타가 될 만한 외모도 아니고 ‘기막힌’ 캐릭터를 가진 외모도 아니어서 한 단계 한 단계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또 “그러다 보니 다양한 색깔을 봐주신 분들이 ‘이것도 해보실래요’ 하고 제안하는 것 같다”며 “여러 스펙트럼을 보여드렸던 게 (배우로서)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