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연예인 범죄…잘나가는 K-콘텐츠 이미지 손상 우려

‘이선균 마약 사건’으로 파장…’자숙하고 복귀’ 패턴 반복돼 경각심 낮아져

 

이선균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오명언 기자 = 최근 연예인들이 잇달아 음주운전이나 마약 등 범죄행위를 저질러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K-콘텐츠의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방송가와 연예계에 따르면 배우 이선균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등 혐의로 입건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선균은 올해 초부터 유흥업소 실장의 자택에서 몇 차례 대마초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균은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쥔 ‘기생충’에 출연하는 등 정상급 인기를 누려왔고 최근에도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한 데다 가정적이고 반듯한 인상으로 대중에 알려져 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배우 유아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예인의 마약 투약 혐의가 드러나 파장이 일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과거 여러 연예인이 마약이나 마약류를 투약해 기소되거나 유죄를 확정받았다.

배우 유아인은 2020년부터 작년까지 미용 시술 수면 마취를 빙자해 총 181차례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레미마졸람 등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 투약한 혐의로 이달 19일 기소됐다.

아이돌그룹 출신 가수 남태현은 작년 8월과 12월 두 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현재 진행 중인 1심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작곡가 겸 가수 돈 스파이크(본명 김민수)는 2021년 12월부터 다량의 필로폰을 사들여 14차례 투약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징역 2년의 실형 판결을 확정받았다.

마약과 더불어 연예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범죄는 음주운전이다.

배우 김새론은 작년 5월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만취 상태로 강남구 청담동 도로에서 운전하던 중 가드레일과 가로수를 여러 차례 들이받아 벌금 2천만 원을 확정받았다.

배우 곽도원 역시 작년 9월 혈중알코올농도 0.158의 상태로 운전하다가 제주 애월읍의 한 교차로에서 차를 멈춘 채 잠든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올해 6월 벌금 1천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룹 신화 멤버인 가수 신혜성은 작년 10월 술에 취해 남의 차를 운전해 귀가하다가 도로에 차를 세운 채 잠들었고, 출동한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했다.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2심이 진행 중이다.

배우 김새론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연예인들의 범죄행위가 적발되면 그들이 참여하는 콘텐츠의 공개가 무기한 미뤄지는 등 악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을 향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피로감이 커진다.

이선균과 유아인, 곽도원 등은 각자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던 작품들이 줄줄이 연기됐고, 촬영이 완료되지 않은 작품에선 하차하는 등 콘텐츠 제작에 차질이 생겼다.

이로 인한 피해는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 그리고 방송사와 극장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 OTT 관계자는 “배우의 사생활 논란으로 인한 피해는 금액으로 산정할 수 없다”며 “작업에 참여한 수많은 스태프, 배우, 후반 작업 업체, 대행사 등이 줄줄이 피해를 보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위약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작품의 공개가 무기한 연기되는 것은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창작 과정에 참여한 분들에게는 엄청난 충격과 고통”이라고 말했다.

올해 공개 예정이었던 유아인 주연작 ‘종말의 바보’에 출연한 한 배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캐스팅 소식의 반가운 전화도, 가슴 설레던 첫 촬영 기억도 모두 물거품이 되려 한다”며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희생으로 탄생을 앞두고 있었던 ‘종말의 바보’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 할까봐 아쉬울 뿐”이라고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 가요 등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상황에서 콘텐츠의 얼굴인 배우와 가수들의 범죄행위는 외국 팬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이선균은 ‘기생충’에 출연해 이미 외국 관객들에게도 널리 이름과 얼굴을 알린 배우다. 유아인이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역시 비영어권에서 주간 시청 시간 1위에 오른 바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가 좋은 이미지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런 스캔들은 콘텐츠를 향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게 된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대중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불신과 피로감이 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불법행위를 저지른 연예인들이 몇 달 혹은 몇년의 자숙 기간을 거쳐 슬그머니 복귀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연예인들이 경각심을 단단하게 유지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예인 가운데는 과거 마약이나 음주운전, 미성년자 성매수 등으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는 이들이 숱하게 많다.

지상파 방송사에선 범죄 전력이 있는 이들의 출연을 금지하기도 하지만, 유튜브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채널이 다변화하면서 특정 연예인의 활동을 금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교석 평론가는 “반복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연예인들의 경각심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jaeh@yna.co.kr, co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