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문…해인사 일주문 등 6건 보물 지정

2023-10-27 09:53

전국 일주문 조사 거쳐 지정…송광사 명칭은 ‘일주문’→’조계문’
합천 해인사 홍하문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경남 합천 해인사, 전남 순천 송광사 등 주요 사찰에 들어설 때 처음 만나는 문이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합천 해인사 홍하문, 함양 용추사 일주문, 곡성 태안사 일주문, 하동 쌍계사 일주문, 대구 달성 용연사 자운문, 순천 송광사 조계문 등 6건을 보물로 지정한다고 27일 밝혔다.

일주문은 사찰로 들어가는 출입구이자 사찰이 시작되는 영역을 표시하는 정문을 뜻한다.

흔히 일직선상의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얹는데 시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적 특징을 보인다.

일주문은 신성한 사찰 영역에 들어서면서 세속의 번뇌를 씻어내고, 진리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성 용연사 자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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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사찰(法寶寺刹) 해인사의 홍하문은 정확한 창건 연대를 알 수 없으나, 1457년 중수(重修·건축물의 낡고 헌 부분을 손질하며 고침)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정면 1칸의 건물로, 옆에서 보면 ‘ㅅ’자 형태인 맞배지붕을 올린 형태다.

함양 용추사 일주문은 원래 함양 용추계곡 일대에 있었던 장수사의 일주문으로, 6·25전쟁 당시 화재로 모든 전각이 소실됐을 때 유일하게 화를 피했다고 한다.

곡성 태안사 일주문은 조선 후기의 건축 기법을 잘 보여주는 건물로 꼽힌다.

건물의 내력을 알 수 있는 상량문에는 조선 태종(재위 1400∼1418)의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1396∼1486)의 서명 흔적이 남아있으며, 기둥 안쪽에 있는 용두(龍頭) 장식이 특히 화려하다.

하동 쌍계사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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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1년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하동 쌍계사 일주문은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문화재청은 “대웅전으로 이르는 일직선상의 축에 따라 일주문, 금강문, 사천왕문 등의 전각을 건립한 산지 가람배치 형식이 잘 보존돼 있다”고 설명했다.

달성 용연사로 들어서는 첫 산문(山門)인 자운문은 건축 연대가 확실한 문이다.

1695년 창건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원래 명칭은 ‘일주문’이었으나 1920년 촬영한 사진 자료에는 ‘자운문’으로 돼 있어 명칭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훌륭한 스님을 많이 배출해 승보사찰(僧寶寺刹)로 꼽히는 순천 송광사의 조계문은 신라 말에 창건된 것으로 전하며 조선 후기 화마를 피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순천 송광사 조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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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1칸의 맞배지붕 건물 형태로, 주 기둥 안쪽에는 용두 장식을 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 8월 ‘순천 송광사 일주문’으로 지정 예고했으나, 옛 기록에 ‘조계문’으로 기재돼 있다는 사찰 측 요청에 따라 명칭을 조계문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작년부터 사찰 일주문의 문화·역사적 가치를 조사해왔다.

2021년까지는 ‘부산 범어사 조계문’이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돼 있었으나, 이후 연구·논의를 거쳐 순천 선암사 일주문 등 10건이 추가로 보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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