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어우러진 누각의 美…삼척 죽서루·밀양 영남루 국보된다

2023-10-27 10:47

수많은 명사가 찾은 강원·영남 대표 누각…”건축·경관·학술 가치 커”
삼척 죽서루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주변 자연을 배경으로 삼아 빼어난 경관을 자랑했던 강원·영남 지역의 대표 누각이 국보가 된다.

문화재청은 현재 보물로 지정된 누각 건물인 ‘삼척 죽서루’와 ‘밀양 영남루’를 국보로 승격해 지정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누(樓)란 문과 벽 없이 사방을 트고 마루를 한층 높여 지은 다락 형식의 건물이다.

삼척 죽서루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로부터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혀 온 삼척 죽서루는 고려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서는 고려 명종(재위 1170∼1197) 때 활동하던 문신 김극기(1148∼1209)가 죽서루의 풍경을 시로 썼다는 점으로 볼 때 적어도 12세기에는 창건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

과거에는 ‘서루'(西樓)로 불리다가 14세기 후반에 들어서 ‘죽서루’로 불렸다고 한다.

죽서루는 다양한 기록을 통해 건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삼척 죽서루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죽서루단청기'(竹西樓丹靑記), ‘죽서루기'(竹西樓記) 등에는 ‘1403년 부사 김효손(1373∼1429)이 옛터에 새로 창건했다’고 돼 있으며 보수·증축과 관련한 기록도 여럿 남아있다.

문화재청은 “조선 초기의 중앙 5칸과 조선 중기 이후 확장된 좌ㆍ우측 1칸은 기둥 배열, 가구의 짜임, 천장과 바닥 면의 처리 등 시기별 건축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죽서루는 문학 작품과 그림의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겸재 정선(1676∼1759)의 ‘관동명승첩'(關東名勝帖)을 비롯해 수많은 시문, 가사, 그림에서 푸른 숲과 오십천이 어우러진 죽서루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밀양 영남루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밀양강 절벽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밀양 영남루은 ‘조선의 3대 누각’으로 꼽히기도 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누각은 통일신라 때 세운 영남사라는 절에 있던 작은 누각에서 비롯됐다. 고려시대에 절은 사라졌지만, 누각만 남아 있던 것을 1365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조선 초 서쪽 주변에 건물을 하나 더 세워 임경당(臨鏡堂·현재 침류각)으로 불렀고, 이후 반대편에 망호당(望湖堂·현재 능파각)을 지으며 손님을 맞는 장소로 썼다.

지금의 건물은 1844년 당시 밀양 부사가 재임하면서 새로 지은 것이다.

밀양 영남루 본루 측면 모습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죽서루와 마찬가지로 영남루 역시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으로 이름났다.

고려시대 문신 정지상(?∼1135)은 영남루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야경을 표현한 한시 ‘영남사루'(嶺南寺樓)를 남겼고, 수많은 명사가 시문을 남겨 영남루에 걸린 시판이 300여 개에 이르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두 문화유산은 강원과 영남 지역의 대표적인 누각으로 건축적 가치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방문해 시문을 남기는 등 학술 가치도 높다”고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밀양강 건너편에서 본 밀양 영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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