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뒷자리 승객이 좌석을 젖히지 말라며 툭툭 치는 바람에 언성을 높였는데 알고 보니 태블릿 때문이었어요”
최근 싱가포르로 향하던 한 항공기 내에서 승객 사이에 가벼운 실랑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좌석 젖히는 문제로 싸움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니 뒤 승객의 태블릿이 눈에 띄었다.
앞 사람이 좌석을 젖히면 각도가 좁아져 태블릿을 통해 미리 내려받아 온 동영상을 보기가 불편해서였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해외여행 붐이 일고 있다.
최근 국내 고속버스 좌석 갈등이 논쟁거리가 됐으나 비행기 내 좌석 갈등도 가끔 발생한다.
각 여행 동호회에서 마찰을 겪었다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항공권에는 좌석을 젖히는 권리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뒷좌석 승객들은 심심찮게 젖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과연 승객의 권리는 어디까지일까.
여행 전문가들과 각 항공사에 물어봤다.
◇ 임택 여행작가 = “젖히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다만 경고등이 뜨거나 식사를 하는 등 승무원들이 요구(비행기 이착륙 시)할 때는 바로 세워야 한다. 특히 장거리의 경우 반드시 젖혀야 피곤을 덜 수 있다.”
◇ ‘여행에 미치다’ 이준모 프로젝트 매니저 = “당연히 젖힐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는 배려의 문제인 것 같으며 갑자기 앞사람이 젖히면 노트북이 파손되는 사례도 있을 것 같다.”
◇ 대한항공 관계자 = 특별히 좌석 젖히는 문제로 리포트가 올라온 경우는 없었다. 요즘 버스에서 논란이 된 뉴스를 봤다.”
◇ 캐세이 항공 관계자 = “식사 등을 위해 기내 조명이 들어올 때를 제외한 취침 모드에서는 좌석을 젖히는 것이 자율이다.”
◇ 말레이시아항공 관계자 = “반 정도까지 젖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모니터를 보는데 너무 방해되거나 하지 않을 정도가 좋을 듯하다.”
◇ 싱가포르 항공 관계자 = “개인이 자유롭게 버튼을 조작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식사 시간과 이착륙 시간에는 좌석을 세워야 한다. 간혹 앞 좌석에서 젖히는 것을 불편해하는 승객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항공사가 이처럼 좌석을 젖히는 문제에 대해 특별한 규정이 없고 승객 자율에 맡기고 있다.
앞뒤 간격이 좁은 저가 항공(LCC)이나 풀 서비스 캐리어(FSC)도 대동소이하다.
싱가포르항공 관계자는 “앞좌석이 젖혀지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면, 조금 비용을 추가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앞좌석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비상구 좌석 등 유료 좌석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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