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숨겨진 보석을 찾으세요”…18회 파리한국영화제 개막

10월 31일∼11월 7일까지 8일간…장·단편 등 총 77편 출품

개막작 ‘밀수’ 전편 매진…폐막작은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한 제18회 파리한국영화제에서 개막작인 ‘밀수’의 제작진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san@yna.co.kr 2023.10.31.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아무나 다 보는 영화는 봤다고 해봐야 티도 안 납니다. 여러분이 남들 모르는 숨겨진 보석을 찾아낼 수 있는 곳이 여기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개막한 제18회 파리한국영화제는 개막작 ‘밀수’ 류승완 감독의 입담으로 시작했다.

류 감독은 올해로 벌써 세 번째 파리한국영화제를 찾았다.

그는 “방문할 때마다 관객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영화제가 성장하는 것 같아 저도 감격했다”며 “지금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제”라고 애정을 보였다.

본인 영화에 대한 ‘셀프 홍보’도 넉살 좋게 풀어냈다.

그는 “사회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여기 와서 제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분들이 있으실 텐데 대체 뭐 하고 살았나 반성하세요”라고 말했다. 앞서 개막식 사회를 맡은 진행자는 “올해 영화제에 처음 온 관객들은 그간 뭘 한 거냐”며 농담을 던졌다.

류 감독의 말을 통역으로 들은 프랑스 관객들은 객석에서 큰 웃음을 터트렸다.

류 감독이 “세상에는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만 있는 게 아니다. 여러분들이 진짜로 한국 영화를 사랑하신다면 제 영화를 보시라”고 하자 관객들의 웃음보가 또 터졌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8회 파리한국영화제에 참석한 ‘밀수’의 류승완 감독. san@yna.co.kr 2023.10.31.

류 감독의 다음 메시지는 그러나 묵직했다.

그는 “그리고 정말로 한국 영화를 사랑하신다면, 영화제의 포커스 섹션에 상영되는 단편, 독립영화, 애니메이션 영화들에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며 이들 영화에서 각자 ‘숨겨진 보석’을 찾으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는 이날부터 오는 7일까지 총 8일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퓌블리시스 시네마에서 진행된다.

장편 21편과 단편 56편 등 총 77편이 프랑스 관객을 만난다.

메인 부문인 ‘페이사주(Paysage)’ 섹션에는 유지영 감독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 이원석 감독의 ‘킬링 로맨스’,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 등 11개 작품이 소개된다.

이외에 이한 감독의 ‘달짝지근해:7510’,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내달 17일 넷플릭스 공식 개봉을 앞둔 백종열 감독의 ‘독전2’ 등이 상영된다.

포커스 섹션에서는 박재범 감독의 스톱모션 작품인 ‘엄마의 땅 : 그리샤와 숲의 주인’을 비롯한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대거 만나볼 수 있다.

개막작인 ‘밀수’는 지난달 23일 예매 시작과 동시에 2차 상영까지 바로 표가 매진됐다. 폐막작은 허진호 감독의 신작 ‘보통의 가족’이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8회 파리한국영화제 개막작을 보러 온 프랑스인 시몽(왼쪽)과 그 친구 다프네. san@yna.co.kr 2023.10.31.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한 8일이다.

올해로 9번째 영화제를 찾았다는 시몽(40)은 “한국 영화는 매우 감동적이고 적절히 사회적 메시지가 있다”며 “올해 선택된 영화들도 다 훌륭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몽은 특히 임오정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인 ‘지옥만세’가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에블린(75)도 올해로 5번째 영화제를 찾았다. 남프랑스에 사는 동생도 영화제를 보려고 굳이 파리까지 상경했다고 한다.

에블린은 “전에는 한국 문화를 잘 몰랐는데 한국 영화를 보면서 많이 알게 됐고 한국어도 귀에 익숙해졌다”며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