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 30m 바닷속에서 벌이는 숨의 사투 ‘다이브: 100피트 추락’ = 바닷속은 때로는 극한 공포의 장소가 된다.
조금만 밑으로 가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고, 몸을 마음대로 가누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산소통 없이는 숨조차 마음껏 쉴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막시밀리안 엘런바인 감독의 영화 ‘다이브: 100피트 추락’은 이런 공포감을 파고든 생존 스릴러다. 깊이 100피트(약 30m) 바다에 갇힌 두 여자의 사투를 그린다.
맹수의 습격이 주요 소재인 ‘죠스’ 부류의 영화들과 달리 오직 바다에서의 탈출에만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주인공은 평소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언니 메이(루이자 크로즈 분)와 여동생 드류(소피 로) 자매다.
둘은 사람이 잘 찾지 않는 다이빙 포인트에 도착해 바다에 입수한다. 그러나 갑자기 무너져 내린 바윗덩어리에 메이의 다리가 깔리면서 위기에 봉착한다. 다행히 드류는 사고를 피했지만, 두 사람 모두 산소량이 충분치 않아 단 20분만 버틸 수 있다.
영화는 드류가 언니를 구하기 위해 지상과 해저를 오가며 분투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준다. 휴대전화도, 바위를 들어 올릴 에어 펌프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생존을 꾀하는지를 지켜보는 게 가장 큰 재미다.
물속 메이는 질소 중독으로 환상에 시달리고, 물 밖 드류는 감압을 하지 않아 정신을 잃게 되면서 긴장감은 더 커진다. 자매의 숨겨진 비밀을 암시하는 곳곳의 장면도 스릴을 배가한다.
산소통 하나로 숨을 나눠 쉬는 두 사람을 보다 보면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피를 나눈 자매의 화해와 성장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산소 레벨이 0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언니를 포기하지 않는 드류의 무모함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매를 연기한 두 배우는 원래는 다이빙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질소 중독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하루에 세 번, 최대 45분만 바닷속에 머무를 수 있었음에도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8일 개봉. 91분. 12세 이상 관람가.
▲ 무대로 다시 살아난 ‘붉은 장미의 추억’ = “맘 편히 해. 이거 어차피 아무도 안 봐. 너, 연극을 영상으로 찍은 거 본 적 있어?”
무대에 선 배우가 대사를 버벅대자 선배 하나가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 이들은 낭독극 연습에 한창이다. 한데 뭔가 좀 이상하다. 관객들을 마주 보고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연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했을 때 공연계는 이런 방식을 통해 관객들에게 우회적으로 무대를 선보였다.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진 중 한 명이라도 확진되면 공연이 취소되기 일쑤여서, 라이브의 묘미를 포기하고 온라인 상영을 택한 것이다.
백재호 감독의 영화 ‘붉은 장미의 추억’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필름이 유실돼 시나리오만 남은 동명의 1962년 영화를 연극으로 내놓으려 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무대의 영상화를 결정했다.
고(故) 노필 감독이 연출한 원작은 김지미와 신영균이라는 당대 최고 스타 배우를 주연으로 한 미스터리·스릴러물이다. 친형 살인 누명을 쓴 트럼펫 악사와 그의 연인이 여러 고초를 겪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음모와 배신, 로맨스 등을 그렸다.
2023년 버전의 ‘붉은 장미의 추억’도 이 스토리를 따라간다. 그러나 백 감독은 이 공연을 영상으로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로 재창조했다. 무대 밖 배우들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는 영화적 요소를 더했다.
말투가 60년대 같아야 한다고 말하는 예술감독(김영민), 열심히 음향효과를 만들어내는 스태프, 대사가 입에 붙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배우 등 연극 자체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리허설부터 막이 닫히기까지 연극의 전 과정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영화는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됐다. 영화제에서 출연진이 직접 이 연극을 선보이는 이색적인 무대도 펼쳤다.
2일 개봉. 62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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