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에 담은 ‘꿈의 거처’…이승윤 “자잘한 소리 살리는데 주안점”

“공에 비례하는 앨범에 자부심…홈런 타자만 넣었어요”

이승윤 LP 음감회
[마름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음압을 작게 하는 대신 자잘한 소리들이 살아나게 하는 데 주안점을 뒀어요.”

2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음악감상 시설에서 정규 2집 ‘꿈의 거처’ 음감회를 연 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은 LP(레코드판)로 앨범을 제작하며 공들인 부분을 이렇게 소개했다.

스트리밍 방식으로 들으면 놓치는 소리가 생기는데, LP를 통해 이를 없앨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승윤은 바이닐(LP판) 두 장에 12곡을 꾹꾹 눌러 담아 2집을 완성했다. 바이닐에 특화된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미국 마스터디스크 스튜디오에서 리마스터링과 커팅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승윤은 “소중하게 생각하는 라인들이 LP에서 더 잘 들리는 것 같다”며 ‘1995년 여름’ 후렴에서 들리는 클래식 기타 소리를 예로 들었다.

이어 “‘영웅 수집가’에서는 코러스가 들리기도 한다”며 “하나하나 말하려면 18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웃었다.

이승윤 LP 음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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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음감회는 1920년대 독일 극장에서 사용된 대형 스피커가 양 모서리를 채운 층고 9m 청음실에서 팬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스피커가 LP 위에 오밀조밀 쌓아 올린 소리를 시종 차별 없이 전달했고, 악기로 꽉 찬 음악은 관객들을 단숨에 휘감았다.

첫 트랙인 ‘영웅 수집가’가 흘러나오자 팬들은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진득하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를 타기도 하고, 턱을 괸 채 오롯이 음악에 집중하기도 했다.

‘꿈의 거처’는 통창으로 스며드는 오후 햇살과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잔잔한 울림을 가져왔다. 노을빛을 받으며 올라오는 감정을 추스르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시적 허용’에서는 건반 소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가을 감성을 더했고, ‘야생마’에서는 귀를 찌르는 듯한 보컬이 매력을 뽐냈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진지한 분위기 속에 마지막 트랙까지 감상하고 나자 주위는 어느새 어둑해져 있었다. 중간중간 판을 갈아 끼울 때 주어지는 공백은 다음 곡을 위해 귀와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이승윤 LP 음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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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은 곡을 다 들려준 뒤 “음감회는 처음인데 (팬들이) 이렇게 미동도 안 할 줄은 몰랐다”며 “감격스러운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LP에 담긴 곡에 대해서는 “공(功)에 비례하는 앨범을 냈다고 생각해 자부심이 있다”며 “이승윤의 세계관을 구축하고자 했기 때문에 ‘홈런 타자’들만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이승윤이 연말 공연 계획을 귀띔하자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는 올해 바쁘게 살았는데 음악은 계속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2021년 JTBC 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이승윤은 장르에 구애되지 않는 폭넓은 음악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정규 2집 ‘꿈의 거처’는 지난 1월 발매돼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