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조사 끝났죠” 자신만만 지드래곤…경찰 당혹

유흥업소 실장 진술만 있고 물증은 없어…향후 수사 ‘난항’

‘마약 투약 혐의’ 지드래곤 경찰 출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로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을 처음 불러 조사했지만, 뚜렷한 물증은 확보하지 못해 향후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전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 혐의를 받는 권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그러나 권씨는 4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경찰서에서 나온 뒤 간이시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지난달 처음 의혹이 불거진 이후 줄곧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권씨는 “제가 마약 범죄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경찰서에 스스로) 나왔다”며 “(팬들께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믿고 기다려 달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주로 어떤 부분을 조사받았느냐”고 취재진이 묻자 “웃다가 (조사가) 끝났습니다”라며 농담한 뒤 “장난이고요”라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아티스트(예술가)로 불리는 권씨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긴 해도 무죄를 자신하지 않으면 방금 조사받고 나온 피의자 입에서는 도저히 나오기 어려운 농담이다.

권씨는 많은 팬을 보유한 정상급 가수여서 만약 이번 사건으로 향후 유죄를 선고받으면 이 같은 과거 발언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 입조심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최근 2차례 경찰에 출석한 배우 이선균(48)씨가 연신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 모습과도 대조적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도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권씨의 출석 장면을 지켜본 뒤 “뚜렷한 증거도 없이 형사 입건했다가 경찰이 피의자한테 조롱당했다”는 자책도 나온다.

실제로 전날 권씨는 “조사에서 혹시 경찰이 제시한 증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겠죠. 없었어요”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마약 혐의’ 지드래곤 경찰 출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그가 자진 출석하기 전에도 경찰 안팎에서는 명확한 물증 없이 제보자와 유흥업소 실장 A(29·여)씨의 진술만 확보한 상태라는 말이 나돌았다.

또 수사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 25일 권씨의 실명이 처음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비슷한 시기 경찰이 그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신청한 통신내역 허가서(영장)는 법원에서 기각됐다. 범죄 혐의가 명확하게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당시는 경찰이 권씨의 혐의를 특정해 형사 입건한 지 불과 2∼3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심지어 혐의가 명확하지 않은 내사자들의 실명까지 일부 언론의 보도로 알려졌다.

마약 수사를 오래 한 경력이 있는 한 경찰 수사관은 “모든 수사가 비슷하지만, 특히 유명인의 마약 사건은 초기 보안이 수사 성패를 가른다”며 “실명이 알려지면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전에 증거를 없애거나 관련자들끼리 말을 맞춰 수사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권씨 수사와 관련한 경찰의 불안감은 언론 발표 내용이 배우 이씨 소환 때와는 다르다는 사실에서도 어렴풋이 드러난다.

이씨가 첫 소환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경찰은 “보강수사 후 그의 구속 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권씨에 대해서는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신병 여부는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이씨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 구속 영장까지 신청할 수도 있지만 권씨의 경우는 그럴 정도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만약 권씨도 이씨처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앞으로 혐의 입증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경찰이 그의 휴대전화 등을 디지털 포렌식하기 위해 추가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지만 또 법원에서 기각되면 물증을 아예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전날 채취한 권씨의 소변과 모발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밀 감정을 할 예정이며 추가 소환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권씨의 마약 투약 시기 등 혐의와 관련한 내용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밝힐 수 없다”며 “추가 소환은 기록 등을 분석한 뒤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