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에 마약쿠키 퍼지는 이야기…”혼자보기 아까워 연출 결심”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사실 한국에서 처음 이 드라마를 기획하기 시작한 건 3년 전쯤인데, 그땐 지금처럼 마약이 화제가 될 줄 아무도 몰랐죠. 기획 때는 ‘한국에서 이런 소재가 공감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드라마보다 더한 사건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네요.”
U+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는 한 입만 먹어도 꿈과 욕망을 이뤄주는 위험한 수제 쿠키가 한 고등학교에서 암암리에 유통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판타지 스릴러다. 드라마 속 쿠키는 현실의 마약처럼 환각을 일으키고 중독성이 있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송민엽 감독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아크미디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좋은 일이 아닌데, 드라마보다 더한 사건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보다도 더 자극적인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송 감독은 “‘하이쿠키’는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목표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유혹에 빠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인물들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인물들과 같은 유혹을 겪는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보시면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송 감독의 말처럼 ‘하이쿠키’의 주요 인물들은 쿠키의 유혹 앞에 제각기 잘못된 선택을 한다.
수수께끼의 배후 인물 ‘셰프’는 입시 명문 정한 고등학교에서 수제 쿠키를 제작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비싼 값에 판다. 세탁실 직원으로 가장한 ‘이모’가 학생들의 옷을 세탁해 기숙사 방에 배달하면서 쿠키를 전달한다.
학생들을 쿠키에 중독시키고 영업을 담당하는 일은 고교 3학년생 최민영(정다빈 분)의 몫이다.
그런데 3학년 전교 1등인 서유정(송시안)이 쿠키를 한꺼번에 여러 개 먹고 사망한다. 쿠키를 한 개 넘게 먹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사실을 모르고 너무 많이 먹은 탓이다.
유정이 쿠키에 손을 댄 것도, 한꺼번에 많은 쿠키를 먹은 것도 모두 그의 성적을 질투한 친구 박지혜(최지수)의 권유에 따랐던 것으로 드러난다.
민영은 돈에 눈이 멀어 쿠키 영업을 맡아 친구들을 중독자로 만들고, 지혜는 쿠키에 중독되는 데 이어 친구 유정을 살해하며, 유정 역시 쿠키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이후 민영은 쿠키를 먹고 쓰러지고, 그의 언니 최수영(남지현)은 민영을 구할 해독제를 셰프에게 얻기 위해 고교생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정한고에 들어가 민영을 대신해 쿠키 영업을 시작한다.
송 감독은 “대본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고 기존에 보기 어려운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라는 생각에 혼자 보기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드라마 연출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이쿠키’는 쿠키가 마약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생체 검사에서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점, 쿠키를 먹은 사람의 눈동자가 초록빛으로 변하는 모습 등 환상적인 요소를 심어 현실과 거리를 뒀다.
송 감독은 “‘하이쿠키’는 극적인 과장이 들어간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며”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쿠키를 소재로 하면 위험이 더 가깝고 흔한 곳에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10부작인 ‘하이쿠키’는 한 회가 30분짜리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지난 7일 5회까지 공개되면서 이제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지만, 이미 셰프의 정체가 공개되는 등 아낌없이 반전을 공개했다.
송 감독은 이에 대해 “‘이건 몰랐지?’ 하는 식의 반전보다도 ‘이 인물이 여기서 이런 선택을 한다고?’ 싶은 반전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며 “과거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되는 만큼 이야기에 집중해서 봐 달라”고 당부했다.
KBS 소속인 송 감독은 몇 차례 단막극 메인 연출을 거쳐 2021년 ‘오월의 청춘’으로 첫 장편 드라마를 맡아 제34회 한국PD대상 작품상을 받았다.
송 감독은 전작이 애절한 로맨스였던 것과 달리 자극적인 범죄물로 돌아온 것에 대해 “지상파에선 방송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가닥을 잡았다”며 “강한 설정들이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선호하는 장르가 있지는 않지만, 도전할 만한 구석이 있어야 흥미가 생긴다”며 “그러다 보니 스스로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직 안 해본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조금 다른 부분, 다른 재미를 느낄 만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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