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화려하지만, 非마블팬에게도 먹힐까…영화 ‘더 마블스’

디즈니+ 시리즈 히어로, 영화로는 첫 등장…스토리도 깊게 연관

박서준, 노래·춤·액션 뽐내…분량 적어도 임팩트는 커

영화 ‘더 마블스’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최전성기 시절 마블 스튜디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화려한 볼거리와 폭넓은 대중성이었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블랙 위도우 등 인기 캐릭터로 구성된 히어로 팀 ‘어벤져스’ 시리즈가 대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마블은 ‘어벤져스’ 마지막 편인 ‘엔드 게임'(2019)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터널스'(2021), ‘토르: 러브 앤 썬더’·’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22),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2023) 등이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마블 영화의 위기에는 많은 이유가 거론되지만, 갈수록 관객층이 좁아진다는 지적은 줄곧 따라다녔다.

마블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불리는 세계관을 구축해 이른바 ‘코어 팬’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한 작품을 감상하려면 전편뿐만 아니라 다른 마블 영화까지 챙겨봐야 한다는 약점도 상존했다.

디즈니+가 MCU 히어로 시리즈를 쏟아낸 2021년부터는 ‘비(非) 마블팬’이 다가가기엔 진입장벽이 더 높아졌다.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이전 이야기나 등장인물의 능력,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시리즈를 대강이나마 공부해야 하는 수준이 됐다.

니아 다코스타 감독이 연출한 ‘캡틴 마블'(2019)의 속편 ‘더 마블스’도 마블의 명과 암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액션 장면과 입이 딱 벌어지는 시각특수효과(VFX)는 오락 영화를 찾는 관객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마블 코어 팬이 아닌 관객에게는 영화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1편을 본 상태더라도 캐릭터와 직전 이야기 등 기본적인 설정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 ‘더 마블스’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캡틴 마블(브리 라슨 분)이 초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과 위치가 바뀌는 위기에 빠지면서 이들과 새로운 팀플레이를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캡틴 마블을 제외한 나머지 히어로 두 명은 영화로는 처음 보는 얼굴이다. 모니카는 ‘캡틴 마블’에서 아역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성인 역할로는 시리즈 ‘완다비전’에서만 모습을 드러냈다. 카말라 역시 시리즈 ‘미즈 마블’을 통해 MCU에 합류했다. 두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면 이들이 무슨 초능력이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 히어로가 됐는지 알기 어렵다.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더 마블스’의 시간적 배경은 시리즈 ‘시크릿 인베이젼’ 직후로, 해당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면 영화 속 일부 이야기가 뜬금없게 다가올 수 있다. 플래시백 형태로 주인공들의 서사를 잠시 비추긴 하지만, 이 정도로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결국 ‘더 마블스’를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무려 네 편의 영화와 시리즈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MCU 작품을 거의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단순 오락 영화로서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많다.

우선 공간 배경 자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주선과 지구, 또 다른 행성을 오가는 세 히어로의 모험과 위치를 바꿔가며 펼치는 액션은 ‘마블은 마블이다’라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이를 위해 총 54개의 세트를 짓고 의상은 1천벌 넘게 준비했다고 한다.

박서준이 연기한 얀 왕자가 사는 알라드나 행성의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곳은 말 대신 노래와 춤으로 소통하는 행성으로, 형형색색으로 차려입은 이들이 뮤지컬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이 작품이 할리우드 진출작인 박서준은 노래 실력을 뽐내고, 캡틴 마블과 춤도 춘다. 악당 다르-벤(재위 애슈턴)의 침략에 맞서 검술 액션을 선보이기도 한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캡틴 마블과의 이색적인 관계 덕에 임팩트는 큰 편이다. 한국 배우가 마블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수현, ‘이터널스’의 마동석에 이어 박서준이 세 번째다.

영화 ‘더 마블스’ 속 박서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더 마블스’는 마블 영화답게 메시지 전달 또한 잊지 않는다.

1편에서 외롭게 싸우던 캡틴 마블은 더 마블스라는 팀을 통해 비로소 성장하게 된다. 악당이 통치하는 행성일지라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전력을 다해 돕는 캡틴 마블의 모습도 그려진다.

마블 최초의 흑인 여성 감독이자 1989년생으로 최연소 감독인 다코스타는 다양성 또한 놓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인종으로 구성된 더 마블스뿐만 아니라 조연과 단역 배우들도 다채로운 외모와 나이대로 꾸려졌다.

브리 라슨은 이 영화를 두고 “우리가 이 세상에 함께 살고 있는 이상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 살아가야 한다는 훌륭한 은유”라고 소개했다.

다코스타 감독은 “세트와 액션, 은하를 넘나드는 요소도 흥미로운 부분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 히어로의 감정적인, 캐릭터 중심의 서사였다”고 전했다.

8일 개봉.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