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성·랩 다시 공부 중…종신이형이 저더러 노래 잘한대요”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제가 예능 친화적인 사람이다 보니 전에는 ‘왜 내 음악을 몰라주지’ 하고 대중을 탓했어요. 그런데 사실 대중이 모를 만하게 행동하고 있더라고요. 하하.”
2013년 엠넷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2’에서 7위로 가요계에 데뷔한 래퍼 딘딘은 지난 10년간 음악보다는 특유의 입담이 돋보이는 TV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렸다.
몇 년 전 음악인과 방송인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에게 양세형은 “우리는 본업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공개 코미디, 너는 음악을 포기하면 안 된다”라고 말을 건넸다.
알 수 없는 결핍과 공허함에 시달리던 딘딘은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아 그렇지. 난 가수인데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할 때 난 음악을 하지 않았구나!”
이후 딘딘은 2019년부터는 아무리 바빠도 매년 신곡을 빼놓지 않고 내놓고 있다. 2017∼2019년에는 ‘명분 유지용’이었다면, 그 뒤로는 진지하게 음악에 푹 빠졌다고 했다.
지난 7일 데뷔 10주년을 맞아 서울 마포구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딘딘은 “제 음악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이를 점차 키워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라디오나 방송에서는 기분이 안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가사로는 쓸 수 있다”며 “그래서 음악을 하러 갈 때는 즐겁고 편하다. 음악은 제 일기장 같다”고 덧붙였다.
‘1박2일’ 같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한없이 유쾌한 그이지만, 지난 10년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앞으로 10년 뒤에는 성숙한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 참 괜찮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어른이란 심리적, 정서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은 그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딘딘은 “패기밖에 없던 아이”라고 자신을 돌아봤다.
딘딘은 “제가 나오는 옛날 방송을 잘 보지 못하겠다”며 “볼 때마다 ‘왜 나를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마 제작진도 제가 이렇게 오래 갈지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과거에 저는 늘 신나 있었다. ‘오늘은 얼마나 (방송을) 잘해서 칭찬받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러 갔다”며 “인생에서는 늘 그러한 (들뜬) 시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의 가장 흑역사로 ‘쇼미더머니’ 출연 때를 꼽은 뒤 “그건 제 장례식장에서도 못 틀 것 같다”고 했다. 가장 영광의 순간으로는 지난주 ‘라디오스타’ 출연 때를 든 뒤 “제가 봐도 베테랑의 품격이 느껴졌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딘딘은 지난해 ‘1박2일’로 KBS 연예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거론하며 “사람을 배꼽 빠지게 하는 사람이 받아야 하는 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받으니 눈물이 나더라”라며 “대상은 타지 말아야겠다. 물론 못 받겠지만…”이라며 여유 있는 농담도 건넸다.
‘어른이 되고 싶다’는 딘딘의 바람은 어쩌면 그의 음악에 이미 녹아들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10년 전 거칠고 날이 서 있던 ‘쇼미더머니’ 때와는 달리 최근 그가 발표한 음악들은 감성적이고 여유롭다. 랩뿐만 아니라 보컬(노래) 비중도 부쩍 커졌다.
딘딘은 “이제 랩은 제게 악기의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라며 “요즘 발성과 랩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 린 누나, (윤)종신 형, 하동균 형이 저더러 노래를 잘한다더라”라고 했다.
그는 오는 18일 서울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대강당에서 데뷔 10주년을 자축하는 단독 콘서트도 연다. 이 자리에서 치기 어린 시절 발표한 ‘들이부어’라는 노래도 편곡해 오랜만에 들려준다고 귀띔했다.
‘소주 2차로 맥주 섞어줘 / 막걸리 여기부터 / 삼천리까지 잔 꺾어’ 하는 가사는 여전히 낯간지럽지만, 꽤 어른스럽게 편곡한 멜로디를 기대해 달란다. 공연을 위해 새로 편곡한 노래의 분위기는 마치 10년 차를 맞이한 딘딘의 변화 같기도 했다.
“노래를 들어보니 20대 딘딘과 30대 딘딘의 변화가 확 느껴졌어요. 예전엔 홍대 클럽 같은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위스키바나 재즈바에 나와도 좋을 듯한 무드로 바꿔놨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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