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비전 준우승 英 가수, 내일 첫 내한공연…”음악엔 세상 바꿀 힘 있죠”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음악에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결혼식이나 올림픽에서 음악과 함께 입장하지 그림을 그리면서 입장하지는 않잖아요?”
영국 싱어송라이터 샘 라이더는 9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입고 있는 비틀스의 존 레넌이 그려진 티셔츠를 가리키며 “레넌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음악이 세상을 바꾸리라고 믿었다”며 “음악은 사람에게 위안을 주고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악은 가장 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라이더는 지난 2019년 틱톡과 유튜브에 올린 커버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뒤 2021년 정식 데뷔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유럽 최대 팝 음악 가요제 ‘유로비전’에서 ‘스페이스 맨'(SPACE MAN)으로 2위를 차지했다.
오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첫 내한공연을 위해 서울을 찾은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긴 금발 머리에 수염이 어우러져 마치 바이킹 같은 느낌을 풍겼다.
라이더는 “7살 때 어머니가 데리고 간 어느 이발소에서 나를 드라큘라 백작처럼 머리를 짧게 깎아버렸다”며 “그 일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 이후 죽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머릿결 유지 비결로 “컨디셔너를 사용하는 것”이라며 “채소를 많이 먹고 잘 자고 잘 먹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사실 어제는 한국에서의 첫날이기에 노느라 늦게 잤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라이더는 당초 지난해 한국을 찾으려 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약 1년이 늦어졌다.
그는 “팬들이 기다려줘서 흥분되고 기대된다.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자 지구 반바퀴를 돌아왔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라이더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유로비전 준우승곡 ‘스페이스 맨’은 우주에 홀로 남은 우주비행사에 빗대 외로움을 표현한 곡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이 곡을 만들었는데, 그간 경험하지 못한 ‘단절’을 느꼈다. 할아버지, 친구, 가족과 떨어져 지낸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이전에는 가까운 사람과 자주 만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는데, 그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상이나 결과보단 그 과정에 집중하는 것 중요하다”며 “꿈은 목적을 부여하고 성취를 느끼게 해 준다. 이는 삶에서 기쁨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노래의 소재가 된 우주비행사는 실은 라이더가 어린 시절 가진 꿈이었단다. 달 탐사와 우주 개척에 열광하던 1960∼70년대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자신은 여전히 우주가 가진 ‘마법 같은 요소’에 매혹된다고 했다.
라이더는 “보위, 엘튼 존, 퀸 등 많은 아티스트가 우주의 마법적인 부분에 매료됐고 이를 노래했다”며 “요즘은 스페이스X나 화성 유인 탐사 프로젝트 등으로 새로운 우주 시대가 열렸다고 본다. 나는 내 세대에 우주를 노래할 수 있는 아티스트”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이 노래로 유로비전 2위를 차지한 경험에 관해 묻자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를 통해 커다란 가능성의 문이 열렸다”며 “사실 영국에서는 출전해도 성적이 좋지 않으리라는 선입견에 유로비전이 인기가 없는데, 내가 그 인식을 바꾼 것 자체가 큰 성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모르고 산다”며 “나는 운이 좋게도 학창 시절 합창 활동을 하면서 노래가 내 인생의 목적이라고 깨달았다”고도 했다.
라이더는 전날 한국에 입국해 고궁에서 한복을 입어보고 찰랑거리는 긴 머리를 땋아도 봤다. 한국식 노래방을 찾아가 잊지 못할 경험도 했다.
“영국 노래방은 개방된 공간에 마이크가 딱 하나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손님별로 프라이빗한 공간이 제공되는 게 신기했습니다. 사실 제 노래도 불러봤는데요, 82점이 나오던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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