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 상징 학전, 33주년 맞는 내년에 문 닫는다

경영난에 김민기 대표 건강 문제 겹쳐…”정확한 폐관 시기는 논의 중”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장기흥행…김광석·설경구·황정민 등 거쳐 가

학전블루 소극장
[촬영 안 철 수]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대학로 소극장을 대표해온 학전이 내년 3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는다.

학전 관계자는 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가 겹치면서 내년에 문을 닫기로 했다”며 “정확한 시기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민중가요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작곡한 가수 김민기가 1991년 3월 15일 대학로에 문을 연 학전은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리며 대학로 소극장 문화 공연을 이끌어 온 상징적인 곳이다.

하지만 수년간 대학로 공연 관객들이 줄면서 경영난을 겪어왔고, 코로나19 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극장 폐관을 고민해왔다. 그러던 중 최근 김민기 대표가 위암 판정을 받으면서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학전은 30여년간 실력파 예술인들의 등용문이자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다.

콘서트를 주로 열었던 초창기에는 동물원, 들국화, 안치환 등이 관객들을 만났다. 고(故) 김광석이 가수 생활 10년을 맞아 1천회 기념공연을 연 곳도 학전 무대다.

학전의 ‘지하철 1호선’ 거쳐간 연기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994년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도 학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독일 원작을 김 대표가 손 본 작품으로 2008년 10월까지 4천회 공연을 했고, 70만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한 흥행작이다. 이후에도 뮤지컬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이 학전 무대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통하는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를 비롯해 재즈가수 나윤선, 밴드 YB의 윤도현 등이 대표적인 학전 출신이다.

학전은 다른 공연장들이 외면하는 어린이극에도 매진해왔다. 최근까지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등으로 어린이 관객을 꾸준히 만나왔다.

폐관 전까지 학전 무대에는 역사를 함께해 온 공연들이 오른다. 오는 10일에는 ‘지하철 1호선’을 개막해 다음 달 31일까지 공연하며, 내년 1월에는 매년 열어오던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를 연다.

김민기 학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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