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블랙홀 “헤비메탈, 어느 순간 대세 될 수도 있잖아요?”

19일 34주년 기념 공연…”음악 하는 한해 한해 소중하고 고마워”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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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헤비메탈 하면 연상되는 것들이 있다. 메탈 체인과 검은색 가죽 재킷, 치렁치렁 풀어헤친 머리칼….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 헤비메탈계 큰형님, 밴드 블랙홀의 일상에선 이런 특징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단히 동여맨 꽁지머리와 흰색 니트, 푸른색 점퍼와 후드 차림은 록 뮤지션보단 친근한 옆집 아저씨에 가까웠다.

“일어나면 집안 청소하고요, 시간 되면 운동하고. 헤비메탈이라는 게 운동량 떨어지면 공연을 못 하거든요, 힘들어서. 하하.” (주상균·보컬&기타)

그들에게도 유행을 좇던 시절은 있었다. 주상균과 이원재(기타)가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자 30여년 전 블랙홀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90년대 영상 보면, 저희 멤버들은 노래하고 연주에 별 관심이 없어요. 머리 돌리는 데만 관심 있지.” (주상균)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같이 돌리다가 머리칼에 맞으면 진짜 따갑거든.” (이원재)

그들은 허술한 조명 아래에서는 ‘몸빵’이 답이었고, 헤드뱅잉으로 쑤시기 시작한 목은 헤드뱅잉으로 풀었다는 우스개도 덧붙였다.

이원재가 “팬들이 ‘요즘엔 헤드뱅잉 안 하세요?’ 하면 ‘해볼까?’ 하다가 물미역처럼 흐느적거리는 모습으로 씁쓸함을 줄까 봐 안 한다”고 너스레를 떨자, 김세호(베이스)는 “요즘은 팬들이 돌린다”고 보탰다.

블랙홀(왼쪽부터 김세호-이원재-이관욱-주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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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데뷔 34주년을 맞은 블랙홀은 1989년 ‘헤드뱅잉’의 시대에 데뷔해 부활, 시나위, 백두산 등 전설의 록 밴드들과 함께 활동했다.

2000년대 무렵에는 음원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음반 시장이란 버팀목이 무너졌고 장르도 내리막을 걸었지만, 블랙홀은 오히려 단단해졌다. 수많은 밴드가 떨어져 나갈 때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그들만의 내공을 쌓아온 것이다.

그렇게 블랙홀은 쉼 없이 무대에 올랐고, 오는 19일 34주년 단독 공연도 앞두고 있다. “지난 모든 공연을 총망라하는 게 34주년 공연이 될 거예요.”

“따뜻하고 밝은 공연을 하겠다”는 블랙홀은 ‘헤비메탈은 시끄럽고 정신없다’는 편견도 깨보겠다고 말한다.

이원재는 “우리 공연은 편견 없는 어린아이들이 좋아한다”며 “리듬, 주변 사람의 반응 등을 느끼며 그럴듯한 놀이터에 와있는 것처럼 즐긴다”고 설명했다.

주상균은 “헤비메탈 공연은 의자가 부서진다는 둥 편견이 있다”며 “메탈 팬이 가장 깔끔하고 안전한데…”라고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블랙홀은 스타디움뿐 아니라 세종문화회관, 워터밤 페스티벌까지 접수하겠다는 원대한 꿈도 품고 있다.

주상균은 “다행히 최근에는 관객들이 장르에 따라 선을 긋지 않고, 록 음악에도 박수치고 즐거워한다”며 “어느 순간 헤비메탈이 대세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 할 날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니 욕심보단 한해 한해가 고맙고 소중하다”며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멋지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꾸준히 무대에 오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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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은 2∼3년 안에 정규 10집도 발매할 예정이다. 블랙홀의 마지막 앨범이다. “10집 투어는 한번 돌겠다”는 게 현재까지의 계획이다.

“블랙홀은 오래됐다는 것만으로 버티고 있는 밴드가 아니에요. 무대에서 젊은 밴드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뜁니다. 헤드뱅잉은 이제 안 하지만. (웃음)” (김세호)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