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자일 뮤직 인수…하이브 라틴 아메리카 이사회 의장에 아이작 리
방시혁, 그간 인터뷰서 ‘K팝 위기론’·’라틴 시장 진출’ 밝혀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이 소속된 국내 1위 가요 기획사 하이브가 멕시코 소재 법인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를 설립해 라틴 음악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13일 밝혔다.
하이브는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는 소속 아티스트의 라틴 시장 진출 교두보이자 신인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거점 역할을 하는 법인”이라며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신인 발굴·육성 사업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하이브는 이를 위해 최근 ‘엑자일 콘텐트'(Exile Content) 산하 라틴 음악 업체 ‘엑자일 뮤직'(Exile Music)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이브는 “이번 인수는 라틴 시장에서의 존재감 발휘를 앞당기려는 포석”이라며 “엑자일 뮤직은 레코딩, 음원 퍼블리싱,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공연기획 등의 사업을 전개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의 이사회 의장으로는 라틴 콘텐츠 시장의 권위자인 아이작 리 엑자일 콘텐트 창업자가 맡는다.
리 의장은 세계 최대 스페인어 콘텐츠 TV 채널로 꼽히는 ‘유니비전 커뮤니케이션’과 ‘텔레비자’의 최고 콘텐트 책임자(Chief Content Officer)를 역임했다. 넷플릭스·아마존 등에서 방송된 여러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프로듀서로도 활동했다.
리 의장의 합류를 계기로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와 엑자일 콘텐트는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됐다. 리 의장은 앞으로 라틴 시장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형성한다.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신인 발굴·육성을 위해 정상급 프로듀서를 영입하고 현지에 최적화된 T&D(Training & Development) 및 A&R(Artist & Repertoire)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K-팝의 검증된 사업적 방법론을 라틴 장르에 접목하는 시도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이브가 라틴 음악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방시혁 의장이 여러 차례 언급한 ‘K팝 위기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방시혁 의장은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최근 주요 시장에서의 지표 하락이 보이는 게 있다”며 “K팝 팬은 강렬한 몰입도와 집중적인 소비를 보이는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는 확장성의 한계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올해 4월 미국 빌보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는 “라틴 장르에서 함께할 글로벌 파트너를 지난해부터 찾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발언을 종합해보면 K팝 시장의 위기를 타개하고 외연을 확장하고자 라틴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이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라틴 아메리카 음반 및 음원 시장 규모는 13억 달러(약 1조7천134억원)로, 전년 대비 26.4%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음반·음원 시장 규모가 약 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라틴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또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라틴 음악의 인기가 높다. 미국 인구의 약 20%가 스페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의 ‘톱 10’에 오른 비(非) 영어 노래 35곡 가운데 스페인어 곡이 19개로 과반을 차지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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