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첫 내한 공연…”BTS에 감동·희망 느껴…국가 달라도 음악은 사람들 이어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아버지께서는 음악적인 호기심이 향하는 곳으로 솔직하게 향했고,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지난 3월 작고한 일본 음악계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딸인 뮤지션 사카모토 미우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부친이 자신에게 끼친 가장 큰 영향으로 “자기 마음에 솔직했던 점”을 꼽은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싫은 일은 하지 않았다”며 “항상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행복하게 살아갔다”고 회상했다.
사카모토 미우는 다음 달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소극장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을 한다.
1980년생으로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1997년 일본 드라마 ‘스토커 ∼도망칠 수 없는 사랑∼’의 주제곡에 ‘시스터 M'(Sister M)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면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98년 본명으로 미니음반 ‘아쿠아스케이프'(aquascape)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음악 여정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제가 10대 때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것이나 영향을 받은 것의 90%는 10대 때 보거나 들은 것에서 나왔다. 그러니 무엇이든 많이 흡수하라’고 조언하셨죠. 또 이상한 버릇을 들이지 말고, 그냥 똑바로 음악을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노래하면 좋다고 충고하셨습니다.”
사카모토 미우는 “한국에는 아버지의 음악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며 “아버지가 남겨 주신 노래를 많이 부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 이래 잔잔하고 편안한 멜로디를 앞세운 음악을 선보여왔다. 고양이 관련 포토 에세이나 시를 출판해 작가나 배우로도 활약했다.
그에게 본인의 음악 세계를 한마디로 정의해달라 하자 ‘피난처'(Shelter) 혹은 ‘안전한 곳'(Safe Place)이라고 답했다. 음악으로 전 세계를 위로하고자 했던 그의 부친을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사카모토 류이치의 자서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를 보면 그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큰 충격을 받고 ‘애도와 장송을 위해 음악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펼쳤다.
그러나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는 각종 전쟁으로 신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카모토 미우는 “물리적으로 전쟁을 멈추거나, 배고픔을 해소할 수 없어 허무하게 느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음악은 슬픔을 해방하고 기쁨을 전염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름다운 음악은 ‘아직 희망이 있으니 살아가자’고 사람의 마음에 불을 켜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상실을 겪는 이들을 위한 노래로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Aqua)와 자신이 가창한 ‘인 아쿠아스페이스'(in aquascape)를 추천했다.
그는 “이들 노래에는 마음에 구멍 난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는 고요함과 평온함이 있다”며 “특히 아버지가 남겨 준 마지막 연주 영상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공개되는 만큼 그 연주를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카모토 미우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방탄소년단의 슈가는 솔로 콘서트에서 생전의 사카모토 류이치와 함께 한 영상을 공개하며 추모의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다.
사카모토 미우는 “방탄소년단의 인간적인 성실함에 마음이 끌렸다”며 “알아갈수록 멤버 간 사랑에 감동했고, 방탄소년단과 아미(방탄소년단 팬)가 서로를 진심으로 믿는 호의적인 관계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됐어도 ‘선의의 힘’이 변하지 않은 게 기적 같다고 생각했다”며 “이 어수선한 세상 속에서도 아직 ‘사랑과 선량함’에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점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슈가가 아버지의 음악을 사랑하고 존경한 것, 그 슈가의 음악을 제가 좋아하게 됐다는 점에서 전해지는 음악의 힘이 크다고 느낀다”며 “국가나 시대가 달라도 음악은 사람들을 이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카모토 미우는 부친이 참여한 슈가의 솔로곡 ‘스누즈'(Snooze)를 가리켜 “정말 아름다운 노래”라며 “내게는 레퀴엠(위령미사곡) 같다”고 했다.
“저는 사람들의 일상에 항상 함께하는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어요. 어떤 시대에 어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더라도 라이브 콘서트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마음에 가장 와닿고 기억과 잘 연결되는 것은 시각적인 자극보다는 청각에서 오는 정보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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