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가정의 비장애인 ‘코다’ 연기…”틈날 때마다 수어 연습”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청춘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청춘은 도전하는 힘일 수도 있고 우정일 수도 있죠. 설렘이나 사랑일 수도 있고요. 이런 것들이 다 이 드라마 안에 들어있어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만난 배우 려운은 주인공 하은결로 출연한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의 의미를 젊음과 청춘에서 찾았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은결이 1995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 고등학생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려운의 설명처럼 너무 일찍 철이 든 은결은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청춘을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발견한다.
려운은 “청춘을 가장 잘 표현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생각하는 청춘은 계속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고 장애물에 다쳐도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결은 극중에서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라는 설정이다. 코다는 청각 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聽人·청각 장애인이 아닌 사람) 자녀를 뜻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물론 형도 모두 소리를 듣지 못해 은결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통역사 노릇을 도맡는다.
그런 은결에게 어린 시절부터 가장 큰 위로가 되어 준 것이 음악이었다. 낮에는 모범적인 고교생, 밤에는 거리의 기타 연주자로 이중생활을 하다가 빼어난 기타 연주 솜씨 덕에 밴드에서 활동하게 된다.
몰래 클럽에서 연주한 일을 아버지에게 들켜 갈등을 빚게 되자 결국 밴드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은결은 기타를 악기점에 처분하고 나오는데, 눈앞에 1995년의 광경이 펼쳐진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과거에 떨어진 은결은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난다.
려운은 “사실 수어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은결이가 어린 시절부터 능숙하게 써온 언어인데 미숙한 모습을 보이면 드라마의 몰입감을 크게 해칠 수 있어서 틈날 때마다 연습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단 대사와 감정을 먼저 숙지하고 나서 수어를 연습했다”며 “감정에 따라서 수어 동작도 자연스럽게 커지는데, 촬영에 도움을 주신 수어 선생님이 ‘동작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한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려운은 수어뿐 아니라 기타 연주도 직접 연기했지만, 천재 기타리스트라는 설정에 맞게 능숙한 연주자의 소리를 입혔다고 한다. 그는 “사실 이번 드라마 전까지 기타 연주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은결은 가족들의 장애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일찌감치 철이 든 모범생이다. 그런 은결은 과거의 아버지가 짝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하고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게 하려고 동분서주한다.
이 과정에서 은결은 자기 부모가 모두 아픈 과거를 갖고도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줬음을 깨닫게 된다. 아울러 다른 시간 여행자 온은유(설인아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려운은 “작품 초반부 은결이에게 기타를 가르쳐주는 악기점 사장님이 ‘저 아이에겐 청춘이 없고 계속 가정을 희생하겠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그 아이의 청춘을 찾아주려고 과거로 보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은결이는 과거로 가서 열여덟살 다운 생활을 경험한다”며 “결국 청춘을 찾기 위해 과거에 던져진 은결이의 이야기가 ‘반짝이는 워터멜론'”이라고 부연했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홍콩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뷰(Viu)에서 11월 첫 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1위, 싱가포르와 필리핀 2위, 홍콩 3위, 태국 4위를 기록했다.
2017년 데뷔한 려운은 지난해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명석한 분석관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여 그해 SBS 남자 신인 연기상을 받았다.
려운은 풋풋한 로맨스를 담은 웹드라마 ‘인서울’과 KBS ‘오! 삼광빌라’에 출연했고, SBS ‘꽃선비 열애사’에선 처음 사극 연기에 도전해 호평받았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묻자 ‘로맨스’와 ‘액션’이라는 구체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려운은 “로맨스 중에서도 첫사랑을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영화 ‘클래식’의 조승우나 ‘건축학 개론’의 이제훈이 맡았던 배역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남자의 첫사랑은 디테일하면서도 의미가 있어서 긴 호흡으로 표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영화 ‘존 윅’ 시리즈나 ‘킬 빌’, ‘테이큰’, ‘아저씨’처럼 액션 영화 속의 강한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다”며 “워낙 그런 장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물론 잘 할 수 있는 연기, 해 본 연기를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고 작품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죠. 그래도 아직 안 해본 역할을 소화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계속 달라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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