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인 서울’ 박범수 감독 “설렐 수 있다는 희망 주고 싶었죠”

“싱글이냐 커플이냐, 정답은 없어…배우와 닮은 캐릭터 창조”

‘싱글 인 서울’ 연출한 박범수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오는 29일 개봉하는 박범수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싱글 인 서울’은 논술 강사 영호(이동욱 분)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을 비롯해 이 시대 서울에서 혼자 살아가는 싱글 남녀의 이야기다.

극적인 만남과 헤어짐은 없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연애를 반영하듯 조금씩 마음을 주고받는 ‘썸’이 이어지면서 설렘을 자극한다.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썸남’과 ‘썸녀’가 이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사랑이 살짝 식어가는 커플에게도 ‘아직 우린 설렐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은 바람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모두 싱글이다.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 풍조를 반영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박 감독은 “제 주변에도 다양한 싱글이 많아 그동안 관찰해온 걸 작품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싱글 인 서울’에서 싱글의 삶에 만족하던 영호는 마침내 사랑에 눈을 뜨지만, 박 감독은 싱글과 커플 중 어느 쪽이 낫다는 식의 결론 같은 걸 염두에 두진 않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도 결혼한 지 꽤 오래됐다며 “저는 싱글일 때도 많이 성장한 것 같고, (아내와) 함께일 때도 성숙한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싱글이냐 커플이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 영화의 중심 캐릭터인 영호와 현진은 배우 이동욱과 임수정의 개성이 많이 반영됐다는 게 박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배우들의 실제 성격이 캐릭터에 잘 묻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야 생생한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봤다”고 회고했다.

이어 “(캐스팅을 마무리한 뒤) 시나리오도 배우들에게 맞춰 다시 수정했다”며 “캐릭터가 실제 배우를 닮도록 하고, 배우는 캐릭터에 다가오도록 하면서 어느 지점에서 만난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싱글 인 서울’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 감독은 영호 역의 이동욱에 대해 “영호와 닮은 점이 많다. 굉장히 ‘츤데레'(무심한 척 챙겨주는) 스타일”이라며 “촬영 현장에서도 주연 배우로서 노련하게 호스트 역할을 잘했다”고 칭찬했다.

‘싱글 인 서울’에는 ‘신 스틸러’라고 할 만한 캐릭터도 등장한다. 현진이 일하는 출판사의 MZ 세대 막내 직원 병수(이상이)다. 눈치 없이 하는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중요한 장면에서 가창력을 발휘해 감동을 주기도 한다.

박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신인 배우, 혹은 신인은 아니라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에게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 역할을 맡기는 걸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이상이에 대해선 “처음 봤을 때 목소리가 너무 좋았고, 자세도 반듯했다”며 “촬영 현장에서도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고 칭찬했다.

‘싱글 인 서울’은 로맨스뿐 아니라 영호의 정신적 성장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박 감독은 영호가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을 포함한 데 대해 “누구에게나 서툰 시절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싱글남’이었다. ‘싱글 인 서울’로 바꾼 건 그만큼 공간적 배경인 서울에 큰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서울이라는 도시와 닮은 싱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특히 영호가 서울과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싱글 인 서울’은 고궁과 빌딩 숲, 한강과 같은 서울 곳곳의 모습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펼쳐낸다.

박 감독은 “외국에 나갈 때 처음엔 환상을 가지고 가지만, 이것저것 보다 보면 결국 서울만 한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울은 혼자 살기도, 함께 살기도 좋은 도시”라고 덧붙였다.

‘싱글 인 서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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