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반유대주의’ 지지글 논란 확산…백악관도 “용납 못 해”

“유대인이 백인에 대한 증오 부추긴다” 주장에 동조글 올렸다 ‘된서리’
IBM·유럽연합 등 엑스 광고 줄줄이 중단…테슬라 주주 일부도 반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전기차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반유대주의 음모론’으로 여겨지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반유대주의 음모론은 백인 우월주의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는 생각으로, 유대인들이 백인에 대한 증오를 의도적으로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머스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이런 주장과 연결되는 한 엑스 사용자의 게시글에 “당신은 실제 진실을 말했다”고 동조하는 댓글을 달았다.

해당 게시물은 “유대인 공동체는 자신들에 대한 증오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백인들에 대해 그런 변증법적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에는 “서구 유대인들은 자국 내 유입을 지지한 소수자(minorities) 무리가 자신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현실을 깨닫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일론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엑스 게시글

[엑스(X)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CNN 등 미국 언론은 머스크가 반유대주의적 견해를 지지하는 의견을 종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머스크는 문제의 댓글로 논란에 불을 지핀 뒤 다시 비영리 유대인 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것이 모든 유대인 커뮤니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ADL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서구의 대다수가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는데도 ADL은 부당하게 서구의 대다수를 공격하고 있다”고 썼다.

머스크는 앞서 ADL의 광고주에 대한 압력 때문에 미국에서 X의 광고 매출이 60% 감소했다고 주장하는 등 ADL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조너선 그린블랫 ADL 대표는 “미국과 세계에서 반유대주의가 늘어나는 시기에 누군가가 영향력을 이용해 반유대주의 이론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이를 고취하는 것은 명백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백악관도 비판에 가세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17일 엑스 계정에 올린 성명에서 머스크의 트윗을 지목하며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날을 보낸 지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반유대주의 행위 뒤에 숨은 끔찍한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적 증오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조장하는 이 혐오스러운 행위를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의 엑스(옛 트위터) 글 논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머스크의 글을 비롯해 엑스 플랫폼상에서 잇따른 반유대주의 관련 논란에 기업·기관 광고가 속속 철회되는 등 엑스 사업에도 타격을 끼치는 양상이다.

미디어 감시단체 미디어 매터스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IBM을 비롯해 애플·오라클 등의 기업 광고가 엑스 플랫폼의 반유대주의적 콘텐츠 옆에 배치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IBM은 즉각 “증오 발언과 차별에 대해 무관용”이라며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이 상황에 대해 자체 조사하는 동안 엑스에 대한 모든 광고를 즉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린다 야카리노 엑스 최고경영자(CEO)는 “엑스 플랫폼에 있어 반유대주의 및 차별과 싸우는 우리의 노력은 매우 명확하다”고 진화를 시도했지만, 사태는 쉽사리 수습되지 않는 양상이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EU집행위원회도 엑스에 유료 광고 게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이날 전했다.

다나 스피난트 EU집행위 부대변인은 산하 총국에 보낸 문건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히면서 엑스 내 허위 정보 확산,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관한 허위 정보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미디어그룹 라이언스게이트도 엑스에 대한 모든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전했다.

투자자문회사 휘슬 스톱 캐피털의 메러디스 벤튼은 미 경제매체 CNBC에 “머스크가 트위터(엑스)에서 이런 유형의 수사를 증폭시키는 것은 이 플랫폼을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전환하는 데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며 “트위터에 머물기로 한 많은 기업 광고주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주주 일부도 거세게 반발하는 목소리를 냈다.

사회 공헌 펀드 ‘니아 임팩트 캐피털’의 설립자이자 CEO인 크리스틴 헐은 머스크의 발언에 “경악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펀드는 올해 중반 기준으로 약 28만2천200달러(약 3천700만원)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헐은 “CEO의 인종차별적이며 반유대주의적인 발언은 테슬라의 브랜드와 수익에 직접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테슬라 이사회가 정직, 해임까지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