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음반 ‘시치미’ 발매…”친절한 수민 담았어요”
[수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니가 예뻐서도 아니고 / 니가 비싸서도 아니야 / 그저 오래된 것뿐인데 / 너는 왜 손이 가는 맛이나…’
가사는 적나라하다. 멜로디는 정갈하고 사운드는 뾰족함 없이 우아하다. 그가 쓴 가사처럼, 자꾸만 듣고 싶은 맛이 난다.
메이저와 인디, 흑인 음악과 K팝, 프로듀서와 싱어송라이터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민(SUMIN)이 최근 내놓은 미니음반 ‘시치미'(sichimi) 타이틀곡 ‘옷장’이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수민의 집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편안한 차림으로 커피를 내리며 음반 발매 배경을 소개했다. ‘옷장’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쨍한 빨강 머리는 다시 어두운 톤으로 염색된 채였다.
“최근에는 노래하는 수민보다는 노래 만드는 수민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활동해왔거든요. ‘수민 노래도 좀 하는데, 왜 안 하지?’라는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프로듀싱 활동에 집중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그러다 “보컬 음반 발표가 어색해질 정도까지 됐을 때” 수민은 ‘시치미’를 내놨다. 그가 이번 음반을 일종의 ‘테스트런'(test run)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그중 타이틀곡 ‘옷장’은 사랑에 대한 찬미를 다뤘다. 수민이 자주 주무르던 주제지만, 이번엔 대중성도 한 스푼 더했다.
“불친절한 수민과 친절한 수민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것도 제 몫이 아닐까요? 그런 것도 고려하게 되는 게 나이를 먹었구나, 싶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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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는 수민의 음반 가운데 피처링이 유독 많이 들어간 음반이기도 하다. 이 또한 대중성을 더하는 데 한몫했다.
특히 ‘옷장’은 엄정화라는 의외의 인물로 신선한 목소리 조합을 내세웠는데, 수민은 엄정화와의 일화를 되새기며 이렇게 말했다.
“첫 만남에 ‘정화라고 해, 언니라고 불러’라고 말하는 친근감이 오히려 기(氣)로 느껴졌어요. 근사하고, 우아하고, 멋지고.” 이후 ‘옷장’을 작업하면서 엄정화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곧장 전화를 걸어 피처링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타이틀곡 ‘인간극장’은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수록곡 ‘비행기’는 래퍼 pH-1과 싱어송라이터 오티스 림이 피처링했다.
모두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한다”는 수민에 대한 가요계 평가가 끄덕여지는 이름들이다.
2015년 싱글 ‘뜨거워질거야’로 데뷔한 수민은 2018년 정규 1집 ‘유어 홈'(Your Home)으로 한국 힙합 어워즈 올해의 알앤비 앨범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21년 프로듀서 슬롬과 함께한 정규음반 ‘미니시리즈'(MINISERIES)의 ‘곤란한 노래’는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솔 노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수민은 메이저와 인디의 경계에 선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좋고,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한다.
“제 것이나 잘하면 좋은데, 성향상 맺어주는 걸 좋아해서. 그 포지션이 마음에 들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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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음악을 K팝의 한 장르로 봐달라는 수민은 앞으로도 은은하게 목소리를 퍼트리며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금은 정면 돌파보다는 측면 돌파의 시기”라며 “몸도 사리고, 작업 시간을 딱딱 마련해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2~3월께에는 소규모 단독 공연도 연다.
“새로운 시도에 집착했다기보단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앨범이거든요. 당분간은 포괄하는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