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현실 암시?…’궁중 암투’ 사극 드라마, 돌연 방영 중단

중단 공식 이유는 “극단적 복수·폭력 과도·불량한 가치관”

‘부패 척결=정적 제거’ 현실 연상 우려에 당국 개입 관측도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에서 궁중 암투와 복수를 그린 인터넷 사극 드라마가 방영 이틀 만에 돌연 중단됐다.

방영 이틀 만에 방영 중단된 온라인 사극 드라마
[펑파이신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3일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지난 16일 방영을 시작한 온라인 유료 사극 미니 시리즈 ‘헤이롄화상웨이서우처(黑蓮花上位手冊)’가 불과 이틀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서녀(庶女·첩의 딸)가 궁중 암투를 통해 복수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와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에 힘입어 방영 시작과 함께 화제가 됐다.

첫 회 시청 횟수가 975만2천회에 달했고, 24시간 만에 더우인(抖音·Douyin) 등 동영상 플랫폼들이 벌어들인 이 드라마의 시청료가 6천만 위안(109억원)을 넘어서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난 18일 드라마 방영이 전격 중단됐고, 이전 방영분도 모든 동영상 플랫폼에서 삭제됐다.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과 더우인 등 플랫폼들은 “극단적인 복수,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 불량한 가치관, 옳고 그름을 혼동하게 만드는 드라마”라며 “플랫폼의 양호한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고 방영 중단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폭력적이지 않을뿐더러 줄거리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며 “갑작스러운 방영 중단을 이해할 수 없다. 드라마에 대한 통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궁중 암투와 복수를 다룬 이 드라마가 부패 척결을 내세운 고강도 사정이 정적 제거의 수단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중국의 현실을 연상케 하는 것을 우려한 당국의 개입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방송과 인터넷 관리 감독을 총괄하는 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은 최근 ‘인터넷 단막극 창작 생산 및 콘텐츠 심사 세칙’을 발표하고 1개월간 온라인 드라마 집중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 직후 더우인에서만 127편의 드라마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폭력 조장이나 복수를 소재로 한 온라인 드라마들이 동영상 플랫폼에서 줄줄이 삭제됐다.

당국의 통제 강화로 온라인 드라마 제작자들이 대본을 수정하거나 제작을 중단하는 등 관련 업계가 위축돼 드라마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동영상 플랫폼 시청자들이 급증하면서 중국에서는 온라인 미니 시리즈 제작이 성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481편이 출시돼 작년 한 해 제작 편수 454편을 넘어섰다.

올해 동영상 플랫폼들이 벌어들인 드라마 시청료는 200억∼300억 위안(약 3조6천억원∼5조4천억원)에 달해 전체 영화 관람료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했다.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