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은 정신지체성 문화”…극우 압승에 네덜란드 무슬림 충격

자유당에 쿠란금지·모스크 폐쇄 등 반이슬람 공약 빼곡

100만 무슬림 ‘2등 국민’ 되나…집권·빌더르스 총리직 미지수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강경 반(反)이슬람 정책을 내건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압승하면서 네덜란드 내 무슬림의 인권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이르트 빌더르스(60) 자유당 대표는 이슬람을 “정신적으로 지체된 문화”, “낙후된 종교”로 지칭하며 쿠란 금지, 이슬람 사원 폐쇄, 무슬림 국가 출신 이민 봉쇄 등 네덜란드의 ‘탈이슬람화’를 주장해왔다.

2016년에는 선거 유세에서 모로코인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불렀다가 차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투표일이 임박하자 이슬람 혐오 언변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2일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에 다시 기가 살아 유권자들 바람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에게 돌아갈 것이고, 망명 쓰나미와 이민은 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당이 선거 막판 판세를 뒤집고 하원 150석 중 37석을 차지하며 제1당에 오르자 네덜란드 무슬림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무슬림과 정부 간 연락기구의 무흐신 콕타스는 “네덜란드 무슬림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충격적”이라며 “법치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나는 정책을 가진 정당이 이렇게 득세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로코인 단체 대표인 하비브 엘 카두리는 네덜란드 ANP통신에 “몹시 괴롭고 공포스럽다”며 “빌더르스가 우리를 2등 시민으로 치부할까 두렵다”고 했다.

총선 이튿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차별 반대 집회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터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정당 ‘덴크'(DENK)의 스테판 판바를러 대표는 “자유당이 최대 정당이라는 사실은 100만 무슬림에게 위협이 된다. 빌더르스는 그들의 권리를 빼앗으려 한다”며 선거 결과에 축하받을 자격도 없다고 주장했다.

자유당이 최다 의석을 확보해 빌더르스 대표가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가 총리 자리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2006년 창당한 자유당은 다른 정당들의 거부로 지금까지 한 번도 연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자유당을 제외한 좌파 또는 우파 연정이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네덜란드 관료 출신인 컨설팅업체 메들리어드바이저스의 페페인 베르흐선은 자유당을 뺀 연정이 구성될 수 있다면서도 “빌더르스를 무시하기는 몹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빌더르스 대표의 친정이자 현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의 딜란 예실괴즈-제게리우스(46) 대표는 자유당이 총리를 맡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자유당과 연정 구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제1당이 총리를 맡지 않은 사례는 1982년 총선 직후 연정이 마지막이다.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