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수출 ‘렛미플라이’·제작 역량 선보이는 ‘시스터 액트’ 등 활발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대만 시장에 라이선스(공연권)를 수출하는 뮤지컬부터 아시아와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뮤지컬까지. 창작과 제작 능력을 갖춘 ‘K-뮤지컬’이 세계 무대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25일 공연계에 따르면 ‘렛미플라이’, ‘시스터 액트’ 등 해외 시장에서 한국 뮤지컬의 창·제작 능력을 선보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제작사 프로스랩은 창작 뮤지컬 ‘렛미플라이’를 내년 3월 23일부터 3주간 대만 타이페이 웰스프링극장에서 공연한다.
대만의 공연 제작사 C뮤지컬은 작품의 음악부터 안무, 의상까지 한국 공연을 따르는 ‘레플리카 라이선스’ 방식으로 공연한다.
과거에는 외국 제작사가 대본과 음악만 가져가 작품을 재해석하는 방식이 많았다고 한다. 반면 한국 창작 뮤지컬의 완성도가 높아진 지금은 레플리카 공연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제작사는 ‘렛미플라이’의 줄거리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작품은 하루아침에 미래로 시간여행한 20대 청년 남원이 꿈과 사랑을 되찾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내용을 그린다.
공연 관계자는 “외국 제작사가 한국을 방문해 뮤지컬 작품을 모니터링하는 등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신진 창작자들도 나오는 상황이라 아시아권에서 관심이 크다”고 밝혔다.
뮤지컬 시장이 발전하는 단계인 대만에서 K-뮤지컬은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HJ컬쳐는 지난해 ‘어린 왕자’를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타이페이 공연 예술 센터 대극장에서 ‘라흐마니노프’를 공연했다.
HJ컬쳐의 한승원 대표는 “대만 관객들은 한국 문화를 이미 접해 K-뮤지컬에 대한 이질감이 낮다”며 “여기에 해외 관객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가치관을 전달하다 보니 호소력 있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낭만바리케이트는 오는 26일까지 ‘유진과 유진’의 낭독 공연(배우들이 대본을 읽으며 연기하는 시범공연)을 개최하는 등 한국 작품의 대만 진출은 이어질 예정이다.
EMK뮤지컬컴퍼니의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한국 뮤지컬의 제작능력을 아시아에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EMK는 2006년 미국에서 초연한 ‘시스터 액트’의 영어 공연권을 구입해 해외로 작품을 수출하는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으로 공연을 제작한다. ‘시스터 액트’는 현재 2025∼2026시즌 아시아 6개국 투어를 목표하고 있다.
제작사는 ‘시스터 액트’를 한국 제작진의 역량을 보여줄 기회로 보고 있다. 의상, 조명 등 무대를 만드는 능력은 물론 공연 홍보를 위한 프로그램 북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는 “한국 제작진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능력은 세계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해외 제작자들이 빠르고 조직적인 일 처리와 높은 완성도에 감명받는 경우도 있다. 완성도와 디테일을 보완하는 등 모든 점에서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창·제작 능력을 갖춘 K-뮤지컬이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지 관심을 끈다.
언어적·문화적 차이가 큰 영미권에서 우리나라 뮤지컬의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경우는 현재까지 없었다. 따라서 제작사들은 자체 제작이나 현지 제작사와의 협업으로 미국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오디컴퍼니의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 12일 뉴저지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 프리미어 공연을 마쳤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작품 개발과 제작을 이끌었다. ‘미스 사이공’에 출연한 배우 에바 노블자다, 그래미상을 받은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 등 미국 현지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을 꾸렸다.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흥행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제작사에 따르면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수 프로스트가 스토리텔링과 음악에 관해 호평을 남기는 등 우호적인 반응과 함께 내년 브로드웨이 진출을 노린다.
주다컬쳐는 지난 17∼18일 미국 맨해튼 플레이라이츠 호라이즌에서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영문제목 Fly to Tomorrow)의 낭독 공연을 마쳤다. 영미권 지역 투어와 현지 제작사 협업을 통한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을 목표로 잡았다.
이규린 주다컬쳐 대표는 “아시아권과 달리 영미권에 진출할 때는 작품 현지화 과정을 거쳐야 해 현지 창작진과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K-뮤지컬 아티스트와 프로듀서의 글로벌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방식으로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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