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793년 음력 1월19일, 조선의 국왕 정조(재위 1776∼1800)는 2년 뒤인 1795년 어머니 혜경궁의 회갑을 기념하는 잔치를 화성 행궁에서 열기로 결심했다. 30여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머니를 위로하고 자식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아버지의 묘가 있는 화성에서 잔치를 열기로 한 것이다.
그림책 ‘1795년, 정조의 행복한 행차'(봄볕. 48쪽)는 이렇게 시작된 정조의 1795년 을묘년 화성 원행을 소개하는 어린이용 책이다.
당시 행차 준비 과정과 행사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자세하게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바탕으로 한국미술사 연구자인 윤민용 박사가 글을 쓰고 민화를 그리는 이화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윤민용 박사는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내용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정조가 어떤 마음으로 화성에서 어머니 혜경궁의 환갑잔치를 마련하고자 했는지부터 7박 8일간 유례없는 도성 밖의 궁중 잔치와 행렬의 준비 과정, 실제 행사 진행 모습, 이후의 이야기까지 모두 친근한 말투로 담았다.
책의 또다른 매력은 이화 작가의 그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화성원행도 병풍과 채색필사본 ‘원행정리의궤도’를 바탕으로, 화성전도와 봉수당진찬도, 낙남헌양로연도 등 여러 그림을 참고해 그린 것이다. 실제 의궤와 기록화를 따라 그리기도 하고 새로운 해석을 더해 그린 그림들로 이해를 돕는다.
여기에 융릉(현륭원)과 화성 행궁 건설, 화성 잔치에서 공연된 춤과 음악에 대한 설명을 따로 곁들였다.
출판사측은 “원행을묘정리의궤와 화성원행에 대해 자세하게 풀이한 책은 몇 권 출간된 적이 있지만 대부분이 어른을 위한 책이고 역사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은 전무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위해 다시 쓰고 새롭게 그린 그림책”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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