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미제라블’ 출연…”장발장 역 잘 해내고 후회없이 오열하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장발장이라고 생각했죠. 꿈의 배역을 이렇게 빨리 맡게 될 줄은 몰랐어요.”
배우 민우혁(40)에게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야구선수로서의 삶, 가수로서의 삶을 포기한 뒤 2013년 뮤지컬 배우에 도전한 민우혁은 2015년 ‘레미제라블’의 앙졸라 역으로 첫 대극장 무대에 섰다. 이후 ‘위키드’, ‘지킬 앤 하이드’, ‘벤허’ 등에서 주연을 맡는 배우로 올라섰다.
오는 3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하는 새 시즌에서는 주인공 장발장 역을 맡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막상 그는 캐스팅을 기대하고 있지 않던 터라 놀라는 마음이 더 컸다고 한다.
민우혁은 2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레미제라블’을 워낙 좋아해서 어떤 역할이든 좋다고 생각했다”며 “합격하고 딱 30초가 지날 때까지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나니 곧장 부담감이 밀려왔다”고 떠올렸다.
그가 연기하는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대가로 19년간 징역을 살고 나오는 등 굴곡진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2015년 연기한 앙졸라가 프랑스 혁명을 이끄는 청년의 이미지라면 장발장은 다소 거칠고 야성적인 모습도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다.
민우혁은 “자고 일어난 상태 그대로 양치질만 하고 오디션장으로 향했다”며 “옷도 일부러 크게 입고 장발장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려 했다. 작곡가인 캐머런 매킨토시도 캐스팅할 때 제가 빵을 훔쳐먹게 생긴 이미지라고 말했다더라”며 웃었다.
민우혁은 장발장 역을 맡기까지 8개월에 걸친 혹독한 오디션을 거쳤다. 1차 오디션부터 지정곡 4곡을 불렀고, 오디션부터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을 평가하는 등 세심한 선정 과정을 통과했다.
그는 “8년 만에 다시 이 작품을 맡게 됐는데 배우는 달라도 이미지는 다들 비슷하다”며 “역할 하나마다 목소리 톤이나 느낌에 있어 제작진이 원하는 바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역을 따낸 뒤로 레슨만 4개를 들으며 부담감 속에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장발장의 독백'(Valjean’s Soliloquy), ‘브링 힘 홈'(Bring him home) 등 높은 음역의 곡을 소화해야 해 난도가 높다고 한다. 지난 시즌에 장발장을 연기했던 정성화와 양준모에게 조언 아닌 조언도 들었다.
민우혁은 “선배들이 장난스레 ‘너 이제 큰일 났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중반부터 흔들릴 테니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말해주셨다”며 “조언을 듣기는 했지만, 그 조언이 더 압박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작품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서는 “성대결절도 불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 레슨의 효과인지 앞서 부산 공연하면서는 병원에 가는 일이 없었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시즌의 목표는 내년 3월 서울 공연이나 4월 대구 공연이 끝나는 날 커튼콜에서 후회 없이 눈물을 쏟는 것으로 잡았다. 8년 전 처음 ‘레미제라블’ 무대에 서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민우혁은 무대 위에서 차오르는 감정을 꾹 눌러 담고 있다.
민우혁은 “시도 때도 없이 커튼콜에서 울컥하지만 참아내고 있다”며 “장발장을 잘 해냈을 때 후회 없이 오열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 커튼콜에서 제가 많이 운다면 잘 해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로 10년간 경력을 쌓은 민우혁은 소중한 사람들의 믿음에 보답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아버지가 뮤지컬 배우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들, 힘든 시기를 함께해준 가족을 생각하면 책임감이 크다고 한다. 최근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팬들도 늘었다.
“제가 맡은 작품의 캐릭터들은 제가 가야 할 길을 인도하는 나침반이라 생각해요.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뮤지컬 장르를 알릴 수 있다는 사명감도 생겼어요. 앞으로도 소중한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건네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c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