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설로 읽는 한국천주교 역사 ‘불멸의 노래’

우경미 소설 ‘사물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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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불멸의 노래 = 류은경 지음.

호남 최초의 천주교도 유항검(1756~1801)은 진산사건으로 최초의 순교자가 된 윤지충과 더불어 초대 조선 천주교회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1784년 유항검은 권철신·권일신 형제를 통해 천주교 교리를 접하고 이승훈에게서 세례를 받는다. 이후 그는 주문모 신부를 전북 완주 초남이 마을로 초대해 포교에 힘쓰는 등 천주교 발전에 혼신을 기울였으나 1801년 신유박해의 거센 회오리 속에 ‘사학(邪學)의 괴수’로 낙인찍힌다. 성직자와 신도 수백 명과 함께 그는 역도(逆徒)의 누명을 쓰고 모진 고문 끝에 결국 처형되고 만다.

‘불멸의 노래’는 한국 천주교 포교와 박해의 실제 역사에 약간의 허구를 가미해 쓴 대하 역사소설이다. 이 소설의 중심인물 중 하나가 바로 ‘호남의 사도’로 불렸던 천주교인 유항검이다.

소설은 유항검처럼 조선 말기 지배층의 폭정과 가난 속에서 ‘새로운 하늘’을 열고자 했던 개벽 세력과 ‘주자의 하늘’ 아래 불멸을 꿈꿨던 기득권 지배계층의 충돌이 중심 서사를 이룬다.

작가는 조선 정조 이후 본격화된 노론 세력의 극심한 천주교 박해 속에 새로운 세상을 갈망했던 천주교인들의 삶과 신앙을 생생히 그려냈다.

지배 세력과 피지배 세력, 신성불가침의 주자학 세계와 불온한 천주학 세계가 격렬히 충돌했던 역사 속 이야기가 작가의 당대 정치사에 대한 꼼꼼한 조사와 취재를 거쳐 박진감 있는 소설로 탄생했다.

책마실. 전 3권. 각 권 391~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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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의 눈 = 우경미 지음.

고문 경찰관으로 낙인찍혀 이국땅으로 도피 중인 ‘그’는 호숫가를 산책하던 중 관광객을 상대로 사진을 찍어주고 푼돈을 받는 주정뱅이 영감을 알게 된다. 그는 영감을 통해 동족이자 이 도시에 은둔해 있던 또 한 명의 미스터리한 젊은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후 소설에는 일본군 위안부 출신으로 이국땅을 떠돌던 여성 김달이, 나치의 박해를 당한 애나 할머니 등 역사의 가혹한 시간을 견딘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작가는 자신의 첫 장편소설인 이 작품에서 불행했던 현대사를 곰곰이 되씹고 당대의 우리가 상처를 딛고 나아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나비문.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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