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최신작 민들레와 이두나가 대표적…시청자들도 응원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똑 부러지는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 민들레(‘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와 천상 아이돌 이두나(이두나!’). 닮은 구석 없어 보이는 넷플릭스 최신작 속 두 여성 캐릭터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사랑 대신 꿈을 좇아 떠난다는 점이다.
3일 방송가에 따르면 여주인공이 남성과의 사랑에 안착하는 ‘신데렐라 드라마’의 뻔한 공식을 거부하는 작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에도’) 속 간호사 민들레(이이담 분)가 이런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철없는 엄마 때문에 쌓인 빚이 산더미인 민들레에게 사랑은 사치다. 그래서 자신에게 끊임없이 호감을 표시하며 다가오는 같은 병원 의사 황여환(장률)이 불편하고, “요즘 뜨거운 물 안 나오는 집이 어디 있냐”는 세상 물정 모르는 그의 말에는 헛웃음이 나온다.
가난한 여자 주인공과 능력 있는 남자 주인공이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는 전개는 예상할 수 있게 펼쳐진다. 들레는 호감이 있으면서도 여환을 밀어내고, 여환은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진심이 통한 둘은 결국 연인 사이가 된다.
그러나 이 커플의 이야기는 예상을 빗나가는 결말을 맞는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기 위해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했던 민들레는 다시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고, 꿈을 좇아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대로 떠나면 황여환과 1년을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여환은 망설이는 민들레에게 “나 버려요”라고 말하며 그의 꿈과 미래를 응원해준다.
연출을 맡은 이재규 PD는 앞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들레는 일도 정말 잘하고, 주변에서도 인정받지만, 정작 본인은 간호사라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잘 모른다는 점에서 정다은(박보영)과 반대되는 인물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자신을 설레게 하는 일을 찾아 나서는데, 사랑이 이루어지는 여성 캐릭터 대신 꿈을 좇는 여성상도 매력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 결말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도 신선한 결말을 보여준다.
‘이두나!’의 주인공 이두나(수지)는 최정상급 인기를 누리다가 중압감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은퇴를 선언한 아이돌이다.
대중에게서 자취를 감춘 채 대학가 셰어하우스에서 그토록 꿈꾸던 ‘일반인’의 삶을 살던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원생 원준(양세종)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던 이두나는 원준 곁에서 안정을 되찾고 행복해하지만, 무대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낼 수가 없다. 다른 가수의 공연을 볼 때나, TV에서 과거 자기 모습을 볼 때면 묘한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컴백 기회를 얻자, 이두나는 어려운 선택을 내린다. “그 남자애부터 정리하라”는 소속사 실장의 말에 결국 쓰던 휴대전화를 건네고, 그대로 원준과 헤어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 이두나는 다시 원준을 찾아가지만, 아이돌 이두나와 원준의 연애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드라마는 스타로서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이두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해 사무관이 된 원준이 서로를 스쳐 지나가는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다.
수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날은 ‘둘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다른 날은 ‘현실적으로 각자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매번 의견이 바뀌어서 현장에서도 두 가지 버전을 다 찍었는데, 완성본 속 열린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통상 로맨스 드라마에선 남녀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이어질 때 해피 엔딩으로 여겨진다.
민들레와 이두나가 헤어짐을 선택한 건 전통적인 로맨스 극의 해피 엔딩과는 거리가 있지만, 시청자들은 꿈을 좇아 나선 이들을 응원한다.
“마음속 목소리를 따르는 모습이 오히려 더 멋있다”(‘정신병동에도’), “더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이기 때문에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한다”(‘정신병동에도’), “드라마치고 현실적인 결말이라 마음에 든다”(이두나!), “사랑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각자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것 역시 좋은 결말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이두나!) 등의 시청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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