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영결식 후 용주사서 다비식 봉행…신도 등 2천여명 참석
(화성=연합뉴스) 김솔 기자 = 지난달 29일 소신(燒身) 입적한 자승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 3일 한 줌 재로 돌아갔다.
조계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서 자승스님의 영결식을 종단장으로 엄수한 뒤 스님의 소속 본사인 경기 화성시 용주사로 법구를 이운해 다비식을 거행했다.
오후 1시 49분께 자승스님의 법구를 모신 영구차량이 경내에 들어서자 미리 모여 있던 추모객 2천여명이 일제히 합장했다.
이들은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단 채 이운되는 법구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다비식에는 조계종 원로 익산도후 대종사, 명예원로의원 수봉세민대종사, 호계원장 보광스님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해 자승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이원욱 의원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영정 사진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자승스님의 법구를 모시고 경내를 한 바퀴 도는 내내 신도들은 “나무아미타불”을 되뇌며 합장했다.
형형색색의 만장을 높이 들고 운구 행렬을 뒤따르는 신도들도 눈물을 글썽이며 불경을 외었다.
운구 행렬은 다비에 앞서 법구를 용주사 홍살문으로 이운하고 노제를 지냈다.
이어 인근에 마련된 연화대로 법구를 옮기며 본격적인 다비 의식이 시작됐다.
스님의 법구는 연화대까지 길게 늘어선 만장 행렬을 지나쳐 연화대로 천천히 옮겨졌다.
연화대에는 “생사가 없다 하니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자승스님의 열반송이 적혀 있었다.
법구가 용주사로 이운된 지 50여 분 만인 오후 2시 43분께 스님들이 거화봉으로 불을 붙이자 자승스님의 법구를 둘러싼 나뭇더미에서 서서히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연화대를 둘러싸고 있던 불자들은 불길이 점점 커지며 까맣게 타들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연신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애통해했다.
다비는 오는 4일 오전 9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후 타고 남은 유해를 수습하는 습골 절차를 거쳐 용주사 천불전에 안치된다.
자승 스님 49재는 오는 5일 용주사를 시작으로 내년 1월 16일까지 조계사, 봉선사, 대덕사, 봉은사,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1954년 강원 춘천에서 출생한 자승스님은 1972년 해인사 지관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조계종 재무부장·총무부장, 중앙종회 의원 및 의장을 역임했다. 2009년 10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8년에 걸쳐 33·34대 총무원장으로서 종단을 이끌었다.
한국 불교 중흥을 목표로 승려 8명과 함께 2019년 겨울 경기 하남시의 비닐하우스형 시설에서 동안거(冬安居)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상월결사’라는 단체를 만들어 국내에서 ‘삼보사찰 천리순례’ 등을 하고 올해 초에는 인도·네팔의 8대 성지를 순례했다.
자승스님은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채에서 입적했다.
이날 오후 6시 50분께 요사채에서 불이 났고 소방대원들이 진화 중 불에 탄 시신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정 결과 자승스님의 법구로 확인됐다.
그가 탔던 차에는 “검시할 필요 없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이라는 메모가 있었다. 서울 봉은사 인근 자승스님 숙소에서는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주십시요”라는 진우스님에게 보내는 글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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