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2’ 개봉 두 달 앞두고 방한…”‘듄친자’ 신조어 감동”
“커리어 사상 가장 어려운 영화…파트 3까지 만드는 게 목표”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이번 작품은 1편에 비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부분이 있어요. 캐릭터 간 관계도 깊이 있게 조명하면서 감정의 강렬함을 보여주려고 했지요.”
판타지 영화 ‘듄: 파트 2′(이하 ‘듄 2’) 개봉을 기념해 서울을 찾은 드니 빌뇌브 감독은 8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파트 2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파트 1보다 훨씬 더 만족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 2월 극장에 걸리는 이 영화는 2021년 개봉한 ‘듄’의 뒷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자기 능력과 운명을 깨닫고 각성한 폴(티모테 샬라메 분)이 복수를 위한 여정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빌뇌브 감독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듄 2’ 일부 장면을 공개하고 직접 프레젠테이션도 했다.
그는 “1편이 사색적이고 소년 같은 이미지라면 2편은 좀 더 남성적인 이야기”라면서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액션이 나온다. 진행 속도가 다르다”며 웃었다.
폴과 챠니(젠데이아)의 사랑 이야기를 주요하게 다룬다는 점도 1편과의 차이점이다.
빌뇌브 감독은 “둘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중심에 있다”며 “이들의 사랑을 통해서 폴의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룰란 공주(플로렌스 퓨), 레이디 마고(레아 세두),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 등 새로운 인물이 합류하면서 ‘듄 2’의 스케일은 더 커졌다.
특히 하코넨 가문의 후계자인 페이드 로타는 사이코패스 면모를 보이는 악당으로, 폴의 일행이 그에 어떻게 맞설지가 주목된다.
‘듄’ 시리즈 특유의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영상미도 눈에 띈다. 1편에서는 전체 분량의 35∼40%만 아이맥스(IMAX) 카메라로 촬영했지만, 이번에는 대부분의 장면이 아이맥스 카메라를 통해 나왔다.
덕분에 관객들은 자연 풍광을 감상하는 동시에 배우들과도 밀접하게 교감할 수 있다고 빌뇌브 감독은 강조했다.
거친 모래바람을 맞으며 광활한 사막 한복판에서 벌이는 액션 장면 역시 1편보다 진화했다.
빌뇌브 감독은 2편에 나오는 특정 시퀀스를 언급하면서 “어떻게 이 장면을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몇 주에 걸쳐 작업했다”며 “많은 장면을 카메라로 직접 촬영하기를 바랐는데 쉽지는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퀀스였다”고 돌아봤다.
‘듄’ 시리즈는 1965년 프랭크 허버트가 낸 동명의 대하소설이 원작으로 황제와 대가문, 귀족 연합, 우주 개발 회사 등이 긴밀히 연결된 미래 사회가 배경이다.
미국 SF 장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소설로 평가받지만, 영화로 만든 것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1984년작이 유일했다. 세계관이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행성과 캐릭터를 담아야 해 영화 제작 시도와 무산이 반복되기도 했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 ‘컨택트'(2016),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등 할리우드 대작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드니 빌뇌브 감독에게도 ‘듄’ 시리즈는 연출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원작에서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프랭크의 핵심 아이디어만큼은 살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건 바로 정치와 종교가 합쳐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경고”라면서 “카리스마 있는 영웅, 지도자에 대한 위험에 대해 메시지를 건네려 했다”고 말했다.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공간과 캐릭터, 액션 등을 이미지로 구현해내는 것 역시 간단치 않은 문제였다.
빌뇌브 감독은 “기술적인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면에서 ‘듄’ 시리즈는 제게 가장 어려운 영화였다”면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파트 3까지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영화 ‘듄’ 1·2편에는 소설 1부 분량이 들어갔다. 빌뇌브 감독이 계획 중인 3편은 소설의 2부인 ‘듄의 메시아’를 바탕으로 할 예정이다.
‘듄’은 한국 개봉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154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으나 대신 탄탄한 팬층이 형성됐다. ‘듄친자'(듄에 미친 사람)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잇따르는 팬들의 요구로 2차례 재개봉하기도 했다.
2편 개봉까지 두 달 정도가 남았지만, 빌뇌브 감독은 일찌감치 한국으로 와 팬들을 만났다.
그는 “듄친자라는 말은 들어 알고 있다. ‘듄’을 너무나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감동적”이라면서 “빨리 ‘듄’의 세계를 공유하고,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싶어지도록 하려는 마음에 한국에 (이른 시점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빌뇌브 감독의 방한은 ‘그을린 사랑’으로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이후 처음이다.
그는 “저와 한국의 관계를 형성해준 것은 영화”라면서 “박찬욱, 봉준호 감독들의 작품을 보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을 매우 존경하기에 함께 일하는 것은 꿈 같은 일”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다른 영화를 촬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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