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대’ 임시완 “제 속에 타고난 지질함 담았죠”

온양 ‘찌질이’ 병태 연기…”끝까지 약하지만은 않을 것”

임시완
[쿠팡플레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병태랑 저랑 맞닿아 있는 게 많아요. 떠오른 생각을 뱉어본 대사에 감독님이 감탄하기도 했죠. 제 속에 타고난 지질함이 있는 것 같아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에서 배우 임시완이 연기한 온양 ‘찌질이’ 장병태는 눈물과 콧물이 일상이었다. 안 맞고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품고 발 디딘 부여 농고에서 싸움짱 ‘아산 백호’로 오해받기 전까지는.

극 중에서 장병태는 얼떨결에 부여 패거리의 우두머리가 되며 평화로운 한때를 누리지만, 진짜 아산 백호가 나타나면서 다시 나락으로 향한다.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임시완은 “병태는 저보다 모자라 보이는 아이라 다른 역할보다 연기하기가 쉬웠다”며 “숨통이 트이는 장면들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장병태는 백호에게 상납하기 위해 돈을 모으면서 산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돈을 벌겠다며 밭일할 땐 맥없이 비틀거린다. 반격할 배짱도 없으면서 굳이 말을 덧붙여 매를 벌기도 한다.

“살다 보면 ‘가만히 있으면 절반이라도 갈 텐데. 저 말을 꼭 해야 하나’ 싶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걸 착안해 살을 좀 덧댔어요.”

‘소년시대’ 장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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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병태의 특징을 부각하는 데에는 신경을 살살 긁는 듯한 충청도 사투리도 한몫했다.

임시완은 “충청도 사투리의 가장 큰 힘은 은유”라며 “‘그래가지고 문이 부러지겄슈?’라는 말이 ‘문 좀 살살 닫아라’보다 훨씬 각인이 잘 된다”고 설명했다.

“구황작물이여? 뭘 자꾸 캐물어 싸?”, “머리가 그렇게 좋으면 서울대 가서 대통령을 하시지” 등 귀에 콕 박히는 대사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아낌없이 망가진 임시완의 코미디 연기는 감독 이명우가 “다음 작품을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걱정할 정도지만, 그는 오히려 주변의 이러한 반응을 반겼다.

“촬영 중반에 다른 보조 출연자들이 저를 보고 웃으시는 거예요. 얼굴만 봐도 웃긴 캐럭터가 만들어졌구나 하고 기분이 좋았죠.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드라마 리뷰라고 생각해요.”

극 후반으로 갈수록 병태는 온양 ‘찌질이’ 시절보다 더 지옥 같은 상황을 맛보게 된다. 아산 백호라는 가짜 명성도, 부여 소피 마르소 선화(강혜원)도 잃은 병태의 추락은 임시완이 연기하기 가장 힘들었던 장면들이다.

그는 “나락으로 갔을 때 친구 호석이(이상진)를 의자로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대본으로 볼 때도 굉장히 셌다”며 “좀 더 부드럽게 가도 괜찮지 않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얻어맞는 장면이 주를 이루다 보니 폭력이 미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신경 썼다. 임시완은 “‘이건 정말 코미디입니다’ 라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며 “너무 사실적으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제안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소년시대’ 장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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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연기를 시작한 임시완은 드라마 ‘미생'(2014년)의 장그래, 영화 ‘변호인'(2013)의 진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의 현수 등 역할을 맡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악역으로, 영화 ‘1947 보스톤’에서 마라톤 선수 서윤복으로 색다른 시도도 했지만 본격적인 코미디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살아가면서 그냥 얘기할 때와 재치 있게 얘기하는 것, 그 힘 자체가 다르다는 걸 배웠다”며 “코미디를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제대로 코미디를 다루는 감독을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10부작인 ‘소년시대’는 매주 2회차씩 공개되고 있다. 이달 22일이면 마지막 두 회까지 모두 베일을 벗는다.

최근 회차에서 병태는 부여 흑거미(이선빈)의 특훈 아래 아산 백호 정경태(이시우)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간다.

임시완은 “약한 사람이 끝없이 약하기만 한 불행한 현실을 꼬집는 드라마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병태를 기분 좋게 응원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앞으로의 전개를 귀띔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도 합류한 임시완은 “말도 안 되는 기회”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비단 글로벌 인기작이라서가 아니라 제가 사랑하는 장르여서 (캐스팅이 들어왔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