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中 공연 중 립싱크 의혹 폭로’ 운운 압박…우웨톈은 거절”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중국 당국이 대만에서 영향력이 큰 인기 록밴드에게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선거 전까지 친중 메시지를 공개 발표하라는 압박을 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통신은 대만 내 안보관련 보고서를 인용, 대만의 유명 록밴드 우웨톈(五月天·Mayday)이 중국 국가광전총국으로부터 중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대만 관리 2명은 “중국 당국이 압력을 가하기 위해 지난 11월 중국 콘서트 당시 이들이 립싱크를 했다고 비난했다”면서 “관련 조사가 12월에 시작될 것이라는 입장도 전했다”고 밝혔다.
립싱크 논란은 우웨톈이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총 8회에 걸쳐 콘서트를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콘서트는 중국 팬들의 열광적인 호응 속에 성황리에 끝났으나 한 음악 블로거가 현장에서 녹음한 음원 파일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립싱크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우웨톈 소속사 측은 “악의적인 공격이자 루머와 비방”이라며 립싱크 의혹을 부인하면서 조사가 이뤄진다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중국 당국은 이들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한 뒤 실제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아직 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들에게 사건을 조사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압박하면서 “협조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까지 했다.
이같은 시도는 내달 총통선거를 앞두고 대만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중국 공안부가 주도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우웨톈이 친중 메시지를 낸다면 대만 젊은이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20~30대 젊은 층 표심이 선거의 당락을 가를 핵심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우웨톈은 1997년 결성된 남성 5인조 밴드로 대만과 중국, 홍콩 등 중화권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국내에도 상당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결국 불발로 끝나기는 했지만, 이번 일은 중국이 대만 대선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펼치는 각종 개입 시도의 일환으로 보인다.
중국은 대만 총통선거가 다가오면서 대만해협 안보 위기 조성 및 대(對)대만 무역 제재 또는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제한·파기 위협 등의 경제적 강압 조치로 위협을 가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대만 독립은 전쟁을 의미한다”며 대만 독립·친미 성향의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를 지속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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