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예 “‘원더걸스’ 멤버가 아니라 댄서 ‘제니’로 무대 오르죠”

뮤지컬 ‘겨울나그네’서 존재감 발휘…”무대는 언제나 특별한 에너지 줘”

지난 3월 ‘루쓰’로 뮤지컬배우 데뷔…”가수도 배우도 진정성이 중요”

뮤지컬 ‘겨울나그네’ 선예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이제 겨우 1년 차 뮤지컬 배우지만 무대 자체는 낯설지 않아요. 10년간 무대를 떠나있었지만, 무대에서 에너지를 받는 순간 익숙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죠.”

이달 15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겨울나그네’는 음악방송의 한 장면처럼 시작한다. 대형 간판이 빛나는 무대와 빠른 속도로 흘러나오는 음악, 일사불란하게 무대로 뛰어 들어오는 댄서들은 영락없는 TV 속 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신감 넘치는 눈빛과 함께 등장하는 선예(34)가 있다. 선예는 그룹 ‘원더걸스’의 리더가 아닌 ‘1년차 뮤지컬배우’로 오른 무대에서도 여전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 28일 공연장에서 만난 선예는 “무대는 언제 돌아와서 서도 늘 감사하고 특별한 에너지를 준다”며 “10년간 결혼과 육아로 무대를 떠나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겨울나그네’ 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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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그룹 ‘원더걸스’로 활동했던 선예는 2015년 팀을 탈퇴한 뒤 출산과 육아에 집중하며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 ‘엄마는 아이돌’로 방송에 복귀한 뒤 올해 3월에는 ‘루쓰’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선예가 오랜 기간 뮤지컬을 향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늦은 데뷔다. 선예는 2002년 뮤지컬 ‘렌트’를 처음 관람한 뒤 뮤지컬의 매력에 빠졌지만, 가수 활동 당시에는 뮤지컬 무대에 설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선예는 “뮤지컬을 개인적으로 좋아했지만 당장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가수 활동을 멈췄을 때는 쉬면서 스스로를 추슬러야 할 시기기도 했다. 그렇게 삶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뮤지컬 무대에 서기까지 10년이 지났다. 인생 정말 모른다”며 웃었다.

휴식기 동안 꾸준히 무대에 서지 않았기 때문에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라고 한다. 선예는 뮤지컬 무대 위에서 매 장면에 몰입하다 보면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쏟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가수로 2∼3시간 콘서트에 출연할 때와 뮤지컬 무대는 느낌이 다르다”며 “모든 세포의 감각을 열고 집중하며 연기할 때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다. 다른 뮤지컬 배우들처럼 무대에서 에너지를 뿜어내기 위해 감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겨울나그네’ 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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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겨울나그네’는 순수한 의대생이었던 한민우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변화를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故) 최인호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순수한 첫사랑의 기억과 청춘의 풋풋함을 담아낸다.

선예는 작품에서 미군 기지촌 클럽에서 일하는 댄서 ‘제니’를 연기한다. 출생의 비밀을 알아내려 클럽을 찾아온 민우를 짝사랑하며 민우와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인물이다.

그는 제니 캐릭터를 두고 “대본을 처음 보고 짠하고 불쌍한 인물이라 생각했다”며 “클럽에서 일하며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그 안에 우여곡절을 숨기고 있다. 제니를 세기만 한 못된 인물이 아니라 민우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짠한 인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제니를 연기하는 과정에서는 누군가의 연기를 참고하기보다 스스로 이해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무대에서도 가수 선예가 아닌 제니라는 인물이 드러날 수 있도록 표현을 조절하고 있다.

선예는 “가수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쉬운 작업 같으면서도 어렵고 도전적인 역할”이라며 “캐릭터의 톤을 잡을 때도 겉으로 드러나는 인상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제니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제 연기를 시작한 제게 감정 연기는 큰 도전이지만 몰입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겨울나그네’ 선예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배우라는 새로운 길에 접어든 선예의 목표는 ‘몰입력이 뛰어난 배우’가 되는 것이다. 선예는 무대에서 본인만의 표현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한다.

“노래도, 연기도 뛰어난 기술보다 진정성 있는 표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를 내 것으로 소화해서 진정성 있게 감정을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에 현재는 발라드 앨범을 작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년 겨울이 되기 전에 앨범을 발매하고 다른 공연에 출연하는 것이 그의 새해 목표다.

선예는 “10년을 쉬다 돌아왔는데도 무대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하며 팬들에게 활력소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뮤지컬 ‘겨울나그네’는 내년 2월 25일까지 계속된다.

뮤지컬 ‘겨울나그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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