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한 마리가 숲속 노부부에게 가르쳐준 드넓은 세계

2022년 佛 페미나상 수상작 ‘내 식탁 위의 개’ 번역출간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소설가인 소피와 남편 그리그는 ‘추방당한 숲’이라는 뜻의 ‘부아바니'(Bois Bannis)에 살고 있다. 서른이 채 되기 전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삶을 실험하기 위해 도시를 떠나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의 외딴 산속으로 들어온 지도 60년이 돼 간다.

여든 줄에 들어선 이들은 걷는 것조차 버거워져 좋아하던 하이킹도 호수에서의 수영도, 등산도 할 수 없다. 낮잠과 독서로 여생을 무력하게 보내던 이들 앞에 어느 날 목줄이 끊어진 양치기 개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난다.

누군가에게 심하게 학대당한, 가엾지만 생의 의지로 가득 찬 이 개에게 부부는 ‘예스’라는 긍정의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 예스는 어느새 더없이 소중한 존재가 되어 노부부의 마음과 일상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장편소설 ‘내 식탁 위의 개'(민음사)는 프랑스 작가 클로디 윈징게르(83)의 자전적 이야기가 짙게 담긴 작품이다.

작가는 히피 문화가 유럽과 북미를 달궈가던 1965년 환멸을 느끼던 소비사회를 돌연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그는 남편과 함께 알자스 지방의 방부아 숲으로 가 60여년간 목축과 농사로 생업을 꾸리고 조형예술활동을 병행하며 살고 있다.

작가의 열한번째 소설인 이 작품은 인간에게서 심하게 학대당해 상처받은 개와 노부부 사이에 싹튼 놀라운 우정을 시적인 언어로 써 내려간 소설이다.

고립과 무기력에 젖어있던 두 노인이 종(種)의 경계를 넘어선 연대와 사랑을 통해 욕망과 생명력을 되찾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독자들은 소피, 그리그, 예스라는 세 존재가 마음을 다해 교감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노화의 의미, 진실한 사랑, 전 지구적 기후 재앙과 자연의 붕괴 앞에 선 인류에게 과연 희망은 존재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곱씹게 된다.

국내에는 처음으로 번역된 윈징게르의 작품이다. 작가는 이 소설로 2022년 프랑스의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페미나상을 받았다.

민음사. 김미정 옮김. 3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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