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민과 크래쉬·디아블로의 조합…첫 음반 ‘유토피아’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12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200명 규모 소극장에 귀를 찌르는 얼얼한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가수 홍경민과 밴드 크래쉬, 디아블로가 만나 탄생한 메탈 밴드 체인지(CHANZE)의 첫 공식 무대다.
보컬을 맡은 홍경민은 “멤버들 경력이 합하면 대충 150년 정도 된다”는 노련한 자기소개로 데뷔 쇼케이스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이름이 체인지인데, 가요계 흐름을 바꾸겠다 뭐 이런 큰 포부는 아니다”라며 “FT아일랜드, 버즈 등 선배들 공연을 참고해 열심히 준비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신인 밴드’ 체인지는 메탈 편곡을 위주로 영상을 선보이고 있는 유튜브 채널 ‘노밴드 스튜디오'(NBS) 주도로 결성됐다.
멤버는 크래쉬의 임상묵(기타)과 정용욱(드럼), 디아블로의 김수한(기타), 펑크록 밴드 레이지본 출신 안경순(베이스), 그리고 홍경민(보컬)이다.
홍경민은 “록 마니아들의 인정을 바라는 건 아니다”라며 “작은 시작이지만 록 음악 발전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길 원한다”고 합류 배경을 밝혔다.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 록을 떠났던 사람으로서 늘 이곳을 지켜온 뮤지션에 대한 존경과 저에 대한 부끄러움을 안고 활동해왔거든요.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이날 열린 쇼케이스에서 체인지는 지난달 13일 발매한 첫 음반 ‘유토피아'(UTOPIA)의 수록곡을 차례로 선보였다.
‘다이브 인'(Dive in)과 ‘유토피아'(Utopia), ‘스탠드'(Stand) 등 3곡으로, 모두 보컬과 멜로디가 강조된 뉴메탈 스타일이다.
홍경민은 타이틀곡 ‘다이브 인’에 대해 “살다 보면 친한 사람끼리 끌어주고 당겨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비판하기 위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스탠드’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뮤지션들에 대한 헌정곡”이라며 “가장 공감하면서 부르고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 밖에 ‘유토피아’는 미국 필라델피아 ‘좀비 거리’의 마약 중독자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고 한다.
체인지는 이날 무대에서 두 기타리스트의 헤드뱅잉과 홍경민의 굵직한 샤우팅으로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원초적인 자극을 선사했다.
드럼의 굉음, 그리고 혼을 빼놓는 기타 소리가 공연장을 채우자 객석은 에어컨이 필요할 정도의 열기로 끓어올랐다.
홍경민은 “1월에 에어컨 켜는 건 처음”이라며 “예전 같으면 노래 3, 4곡 연달아 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막내가 47살인 팀에선 좀 힘들다”고 농담도 던졌다.
이들은 앞으로 페스티벌이나 해외 공연뿐 아니라 소규모 클럽 공연을 통해 최대한 많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홍경민은 “메탈이 악마 숭배니, 지옥이니 이런 얘기를 하는 음악인 줄 아는 분들이 많다”며 “저희는 살아가는 얘기,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늘 록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동아줄을 부여잡곤 했는데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았어요. 근데 멤버들이 함께 줄을 당겨주니까 생각보다 손쉽게 목표지점에 도착했네요.”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