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최민식 “김고은 굿하는 연기 감탄…’투잡’ 뛸까 걱정도”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 신작…김고은 “무속인에게서 굿 배워”

오랜만에 제작발표회 참석한 최민식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배우 최민식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영화 ‘파묘’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7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이 캐릭터가 땅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땅의 고귀함을 알아보는 그 가치관이 와닿았어요.”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 주연 배우 최민식은 17일 중구 더플라자호텔서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시나리오를 읽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 달 개봉하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최민식은 40년 경력의 베테랑 풍수사 상덕 역을 맡았다. 최민식이 오컬트 장르 영화에 출연하기는 데뷔 35년 만에 처음이다.

그는 “평소 무서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면서도 “감독님을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 전작들이 너무 좋지 않냐”며 출연 배경을 밝혔다.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을 연기한 김고은 역시 ‘파묘’로 오컬트 영화에 처음 도전했다. 절친한 사이인 박정민이 캐스팅이 성사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정민은 장 감독의 전작 ‘사바하'(2019)에 출연한 바 있다.

김고은은 “박정민이 전화를 걸어와 ‘파묘’ 대본을 꼭 한 번 봐달라고 했다”면서 “감독님이 (화림 역으로) 너를 너무 원하는데 네가 거절할까 봐 미리 얘기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회상했다.

인사말하는 김고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배우 김고은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영화 ‘파묘’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7 scape@yna.co.kr

작품을 수락한 김고은은 실제 무속인을 선생으로 모시고 몸짓, 춤사위, 표정 등 굿의 전반적인 과정을 배웠다.

선생의 집까지 찾아가 함께 밥을 먹으며 연습에 매진했다는 그는 “경문을 외고 퍼포먼스를 하고 징을 치는 모든 모습이 전문가다워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강했다”고 털어놨다.

최민식은 김고은이 굿을 하는 장면이 “‘파묘’의 백미 중의 백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고은 배우의 연기를 보니 ‘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면서 “김고은 씨가 걱정되기도 했다. ‘이러다가 투잡 뛰는 거 아니야? 돗자리 까는 거 아냐? 영화 떠나면 안 되는데’ 싶었다”며 웃었다.

장의사 영근 역의 유해진도 김고은의 연기를 두고 “저라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유해진 역시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유해를 수습하는 법을 익혔다고 한다.

그는 “극 중 영근은 대통령의 장례를 맡았을 정도로 최고의 장의사”라면서 “어떻게 하면 어설퍼 보이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파묘’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이도현은 군 복무 중이라 제작보고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영상을 통해 “실력은 물론 외모까지 갖춘 MZ세대 무속인”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는 화림의 제자 봉길을 연기했다.

파묘 제작발표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배우 최민식(왼쪽부터), 김고은, 유해진, 장재현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영화 ‘파묘’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7 scape@yna.co.kr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로 자기만의 장르를 구축한 장 감독의 신작인 만큼 ‘파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뜨겁다. 온라인에 게시된 1차 예고편의 총조회수가 1천800만회를 넘어설 정도다.

장 감독은 그러나 ‘파묘’는 전작 두 편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전작에선 어떻게든 장면을 예쁘게 찍으려고 했지만 ‘파묘’는 배우들의 에너지와 기세에서 나오는 이상한 에너지를 담고 싶었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찍으려고 하다 보니 힘들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미묘한 실재감을 표현하기 위해 ‘파묘’에는 CG(컴퓨터그래픽)도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장 감독은 “오컬트가 아니라 현실 판타지라 생각하고 촬영했다”며 “CG의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았고, 배우들도 블루스크린이 아닌 실제(현장)를 보여주고 연기하도록 했다. 그게 배우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