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으로 폐허 된 서울의 사냥꾼 연기…올해 마동석 주연 첫 작품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괴력의 형사 마석도를 연기한 마동석이 이번에는 대재난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악의 무리에 맞서는 사냥꾼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가 이달 26일 공개 예정인 마동석 주연의 ‘황야’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지 3년이 지난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액션 영화다.
주인공 남산(마동석 분)은 폐허에서 야생 짐승을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사냥꾼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녀 수나(노정의)를 보살펴준다.
어느 날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차를 타고 와 안전한 곳에서 살게 해주겠다며 수나와 할머니를 데려간다. 이들이 간 곳은 대지진에도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다.
이곳을 지배하는 자는 새로운 인류를 창조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생체실험을 자행하는 광기의 의사 기수(이희준)다. 그는 생체실험 대상이 될 10대 소년 소녀를 이곳저곳에서 끌어모은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남산은 수나를 구출하러 나선다. 사냥 솜씨는 서툴러도 의리 있는 동료 지완(이준영)과 한때 기수의 경호부대에 속했다가 그의 음모를 알고 도망쳐 나온 은호(안지혜)가 남산과 함께한다.
‘범죄도시’에서 주먹을 활용한 맨몸 액션을 주로 선보였던 마동석은 ‘황야’에선 주먹뿐 아니라 기다란 칼인 마체테부터 권총, 장총에 이르기까지 여러 무기를 활용한 액션을 펼친다. 총구를 겨누는 마동석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동석 특유의 유머는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대사인지 애드리브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말을 툭툭 내뱉을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온다.
법과 질서가 무너진 세상을 그린 이 영화는 제목부터 옛 서부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수나를 찾으러 가자”고 결연하게 말하는 남산의 모습에선 납치된 조카를 구출하러 혈혈단신으로 모험을 떠나는 고전 서부영화 ‘수색자’의 주인공(존 웨인)이 생각나기도 한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한 건 지난해 8월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비슷하다.
대지진에도 유일하게 안 무너진 아파트가 이야기의 중심이라는 점도 그렇다. 심지어 아파트의 복도식 구조와 1층 입구의 느낌까지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흡사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인물의 내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의 요소가 강하다면, ‘황야’는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성격은 크게 다르다.
폐허에서 살아가는 악어와 대지진으로 무너지는 건물 등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몇몇 장면의 사실감이 다소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마동석의 통쾌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는 액션과 유머에 빠져들다 보면 1시간 46분의 상영 시간이 어느새 지나가 버린다.
빌런인 기수 역을 맡은 이희준의 연기도 눈에 띈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사이코패스 의사이자 무소불위의 지배자이면서도 10대 청소년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존댓말을 쓰는 독특한 캐릭터를 이희준은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황야’는 올해 출격 대기 중인 마동석 주연의 영화 중 첫 작품이다. 마동석은 올해 ‘황야’를 시작으로 ‘범죄도시 4’와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등에서도 액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황야’는 허명행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다. 허 감독은 ‘범죄도시’뿐 아니라 ‘킹덤’ 시리즈, ‘유령'(2023), ‘헌트'(2022), ‘부산행'(2020) 등에서 무술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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