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예능 인기 이유는…”나 같아 공감, 너무 잘생기면 박탈감”

20∼30대 시청자 10명 심층 인터뷰 연구…”자극적인 연출에 우려도

웹예능 ‘솔로지옥’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날것의 일반인 연애담을 보는 게 삶의 낙이 됐어요.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직장인 임모(28)씨는 ENA·SBS플러스 공동 제작 예능인 ‘나는 솔로’의 애청자다. 임씨는 일반인 독신 남녀의 연애담을 ‘극사실주의’를 표방해 연출한 점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이른바 ‘연애 예능’ 프로그램들이 핑크빛 연애담에 그치지 않고 연애 과정에서 각자가 겪게되는 갖가지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수준에 이르러 한층 흥미를 끈다는 얘기다.

‘나는 솔로’를 포함해 넷플릭스의 ‘솔로지옥’, 티빙의 ‘환승연애’ 등 일반인들이 출연한 연애프로그램이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솔로지옥’은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최초로 네 번째 시즌 제작을 확정 지었고 ‘환승연애’ 시즌3도 티빙의 자체 제작물 가운데 첫 주 유료 가입 기여자 수 역대 1위에 오르는 등 순항하고 있다.

중앙대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과정 장형민씨가 최근 학술지 ‘커뮤니케이션학연구’에 게재한 ‘일반인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의 시청자 경험에 대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연애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을 엿볼 수 있다.

논문은 20∼30대 연애 프로그램 시청자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인기몰이의 이유로 ‘일반인 연애담을 통한 간접경험과 대리만족감’이라고 분석했다.

30대 남성 시청자는 인터뷰에서 “연예인처럼 나와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니까 그게 흥미로운 것 같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인 것 같다”며 시청 이유를 밝혔다.

한 20대 여성 응답자는 “(출연자들이)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같은 나이대니까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 시즌3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일부 인터뷰 참가자들은 출연자가 일반인인데도 불구하고 섭외 과정을 거쳐 선발되면서 외모나 직업 등에서 대중과 괴리된 모습을 보일 때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도 있다고 답했다.

기혼인 30대 남성은 “출연진들의 비주얼과 스펙이 너무 이상적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20대 남성은 “출연진들이 너무 다 잘생기고 예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연애 예능의 인기 속에 점점 더 자극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됐다.

논문은 응답자들이 자극적으로 변화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출연자가 일반인이라는 점을 더 크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30대 여성 응답자는 “너무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니까 청소년의 무분별한 시청에 부정적인 영향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출연진이 일반인인데 이렇게 화제가 되고 소비가 되는 게 괜찮은가 하는 우려도 들었다”고 답했다.

인기를 위한 지나치게 자극적인 연출로 ‘사실주의 연애예능’이라는 본래 목적과는 달리 실제 일반인들의 연애 경험과 멀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예능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연애 예능이 굉장히 독해지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자극적인 연출이 가미되면서 실제 연애와 화면 속 연애 사이에 괴리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hu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