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 “이번 작품 은퇴작이냐는 말은 극찬…반응 뜨거울때 행복”

티빙 ‘LTNS’에서 섹스리스 부부 사무엘 역…”입체적인 인물로 묘사하는 데 중점”

배우 안재홍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불쾌하고 음침한 ‘오타쿠’ 연기에 이어 과감한 19금 연기까지.

작품마다 스스로를 내려놓은 듯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안재홍은 자주 ‘이번 작품이 은퇴작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듣는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은 “‘은퇴작이냐’는 말이 제게는 극찬”이라며 “작품과 연기에 대해 뜨겁게 반응해주시는 게 배우로서는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최종화를 공개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에서 안재홍은 섹스리스 부부 임박사무엘을 연기했다.

사무엘은 위로 누나만 셋인 기독교 집안에서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고향 친구의 적극적인 제의에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가 회사가 망해 실직한다.

극심한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 한 해를 집에서만 보낸 사무엘은 오로지 책임감만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 한때 매력적이던 수더분하고 털털한 아내 우진(이솜 분)의 성격은 이제 폭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고, 그래서인지 사무엘은 우진과의 성관계를 가능한 한 회피하려 한다.

배우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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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은 “캐릭터의 독특한 이름과 서울대 출신이고 스타트업을 말아먹었다는 설정은 작품 속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캐릭터 표현의 폭을 넓혀주고 입체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디테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무엘이라는 인물을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레이어(층)를 가진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회마다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기듯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초반에 사무엘은 의욕이 없고, 아내의 기에 눌려 사는 남편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우진을 따라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하면서 그는 새로운 활력을 찾은 듯 들뜬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안재홍은 사무엘을 입체적인 인물로 표현하기 위해 시청자들의 예측을 빗나갈 법한 사소한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무엘이 땀을 흘리면서 가자미를 굽는 장면이 있는데, ‘에이’라면서 나지막이 욕을 하고, 당황한 듯 웃음을 짓는 장면이 있어요. 이 인물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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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커플을 쫓던 두 커플은 극 후반부에 달해서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다. 전 남자친구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은 우진과 새로운 여성과 정서적 교감을 나눈 사무엘은 결국 이혼을 선택하고 갈라서게 된다.

안재홍은 “사무엘이라는 캐릭터는 마음속에 매우 큰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는 인물”이라며 “내내 아내와의 정서적인 교감을 원했다”고 짚었다.

그는 “부부가 마주 앉아 서로를 칭찬하는 장면에서 사무엘은 우진의 성격을 칭찬하고, 우진은 사무엘의 손가락과 쌍꺼풀 등 신체적인 부분을 칭찬하지 않느냐”며 “이런 장면 등에서 부부의 서로 다른 욕구가 드러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혼자로서 결혼 5년 차 섹스리스 부부를 연기한 안재홍은 이번 작품을 통해 결혼에 대해 배워가는 것이 크다고 한다.

그는 “결혼은 지속적인 격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지속해서 마음을 전하고,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과정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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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영화 ‘구경’으로 데뷔한 안재홍은 영화 ‘족구왕’의 홍만섭 역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쌈, 마이웨이’, ‘멜로가 체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 등에 출연했다.

안재홍은 “배우로서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고 싶다”면서 “더 다양한 역할을 많이 그려내고 싶고, 더 깊은 감정을 끄집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co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