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역차별·소외감 주는 이민정책은 위험…갈등 최소화 필요”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ImmigrArt, 이미그라트’서 주장

“이민자 기여 사회통합기금 도입 추진…이민·난민심판원 신설해야”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국민들이 역차별이나 소외감을 갖게 하는 이민정책은 위험하다. 체류 외국인 250만명 시대에 이민자 유입의 규모와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고, 사회통합정책으로 국민과 이주민의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차규근(56)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지난 16일 출간된 ‘ImmigrArt, 이미그라트'(해피스토리)에서 “이주민 관련 거버넌스는 이주와 관련한 다양하고 복잡한 이슈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책 제목 ‘이미그라트’는 이주를 뜻하는 단어 ‘이미그레이션’과 예술을 뜻하는 ‘아트’의 합성어다. 이주민 유입으로 인한 장점은 극대화하면서도 단점은 최소화하는 섬세하고 정교한 예술 같은 이민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저출산·저출생으로 경제활동 인구는 줄고 있다. 세계화·이주의 시대에 이민정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민정책은 단편적으로 다루면 사회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지만, 입체적으로 다루면 사회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전 본부장은 이주민·선주민의 공존을 위해 ‘이민자 기여 사회통합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근로자 활용으로 고용주가 누리는 이득 중 일부를 저소득 국민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반감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그는 법무부 시절 별도의 기금 설치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 다문화가족정책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등의 반대 속에서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해피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서는 “소득 수준을 따지지 않는 무분별한 지원이 오히려 이주민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며 “다문화가족지원법상 영국 배우와 결혼한 송중기는 다문화가족에 해당해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갈수록 다문화정책 예산은 늘고 있는데, 그에 비례해 국민들의 반감이 증가한다는 것은 정교하지 않은 정책 탓”이라며 “다문화 감수성 캠페인이나 교육으로 대응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국민이 역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균형감 있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 신설에 대해서는 “출입국·이민 관리는 국경관리뿐만 아니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출입국·이민(정책)관리청은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청장이 경제부처 장관회의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도록 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급증하는 난민 신청 사건을 효율적으로 심사하기 위해서는 법무부(2단계)와 법원(3단계) 등으로 나뉜 다섯 번의 절차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반적으로 길어진 절차로 선량한 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의신청 사건을 처리하는 법무부 난민위원회와 1심인 행정법원 절차를 합쳐 난민 및 이민 사건을 다루는 이민·난민심판원을 만들고, 복잡한 법리 판단이 필요하지 않은 사건에는 법관 투입을 줄이는 등 사법 시스템의 근본적인 재설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차 전 본부장은 한국이민학회 이사, 법무부 난민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외국인·난민 분야의 법률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6년 외부 개방 공모를 통해 법무부 국적난민과장으로 5년간 일했고,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검찰 정책에 따라 출입국·외국인 정책을 총괄하는 본부장으로 임명돼 법무부에 복귀했다.

그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돼 2021년 4월 기소되면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며 책에서는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rapha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