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시대 기억 품은 인쇄 역사를 돌아보다

서울 송파책박물관, 고려∼현대 인쇄사 흐름 정리한 특별전

전시장 모습
[서울 송파책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고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 권의 책에 담긴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송파책박물관이 최근 선보인 기획전 ‘인쇄, 시대의 기억을 품다’는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인 책을 만드는 과정에 주목한 전시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책 인쇄물과 인쇄 도구 등 14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방대한 기록을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던 기술인 인쇄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짚으며 시작한다.

충북 청주 고인쇄박물관에서 복원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과 2011∼2015년 ‘고려 금속 활자 복원 사업’으로 제작한 금속 활자 인쇄판 일부가 전시된다.

1377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는 ‘직지심체요절’은 현존하는 금속활자 인쇄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료로, 원본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다.

전시장 모습
[서울 송파책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조선의 국가 통치 이념인 유교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여러 금속활자를 소개하면서 이를 활용해 간행한 유교 경전과 의례서, 인쇄할 때 쓴 도구 등도 보여준다.

박물관 관계자는 “조선 후기에는 책을 소장하고자 하는 개인의 열망이 커지면서 다양한 민간 서적이 발간됐는데, 이를 통해 변화된 사회상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대한제국 시기와 일제강점기의 인쇄사 흐름도 엿볼 수 있다.

1883년 발행된 한국 최초의 근대적 신문인 ‘한성순보’부터 1980년대까지 인쇄술의 한 축을 담당했던 납 활자, 애국 계몽을 위해 간행된 여러 책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장 모습
[서울 송파책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전쟁 당시 나온 여러 출판물은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예컨대 1951년 당시 문교부에서 학생들의 전시 생활을 지도할 목적으로 발행한 교과서 제목은 ‘우리도 싸운다’이다.

교과서는 표지와 본문을 합쳐 총 32쪽 분량으로, 가격란에는 ‘피란 학생에게 거저 줌’이라 돼 있다. 전쟁으로 곳곳이 폐허가 되고 종이가 부족했던 당시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다.

박물관은 “책이 문화의 으뜸가는 산물이라면 인쇄는 문화를 이끌어가는 바탕”이라며 “책 문화를 발전시킨 인쇄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 포스터
[서울 송파책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