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롯데콘서트홀…”오르간, 무한대 음색·역동적 가능성의 악기”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오르간은 무한대의 음색과 역동적인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요. 조용한 명상부터 황홀경에 이르는 다양한 분위기와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
네덜란드 출신의 오르가니스트 벤 판 우스텐이 6월 4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롯데콘서트홀이 개관한 2016년부터 꾸준히 선보여온 ‘오르간 시리즈’ 공연이다.
우스텐은 프랑스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에 대한 최고의 해석가이자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1998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낭만주의 전통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받아 ‘문화예술공로 기사훈장’을 받았으며, 2011년에는 ‘예술과 문학 훈장’을 받았다.
우스텐은 20일 한국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을 장기인 프랑스 오르간 대가의 음악들로 채웠다고 했다.
1부에서 비에른의 ‘세 개의 즉흥곡’ 중 ‘주교의 행렬’, 프랑크의 코랄 1번 마장조, 비도르의 오르간 교향곡 5번 중 1악장을 연주하며, 2부에서는 뒤프레의 ‘수난 교향곡’을 들려준다. 특히 ‘수난 교향곡’은 공연장에서 전 악장의 실연을 듣기 힘든 작품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우스텐은 “이 시대 가장 중요한 거장들의 위대한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오르간의 다양한 색채와 역동적인 기능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우스텐은 작곡가마다 곡의 색깔이 다르며, 이를 잘 파악해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도르는 엄격한 테크닉 규칙이 있는 보수적인 연주 스타일을 전파했어요. 반면 프랑크의 오르간 연주는 피아니스트적인 접근 방식에서 비롯됐고, 매우 자유로운 방식으로 연주한답니다.”
우스텐은 ‘수난 교향곡’에 대해서는 뒤프레의 전기를 쓴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이 작품에서 오르간은 사람들과 영혼의 환희를 공유하고, 함께 기도하고, 울고, 기뻐한다”고 했다.
그는 “오르간을 위한 교회 교향곡 음악의 첫 번째 위대한 작품 중 하나”라며 “4악장으로 구성된 이 장대한 작품에서 뒤프레는 그리스도의 생애를 음악적으로 묘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우스텐은 자신의 신앙심을 언급하며 “오르간을 연주할 때는 항상 깊은 영성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15살에 데뷔한 우스텐은 부모 둘 다 피아니스트인 음악가 가정에서 자라며 일찍이 음악에 눈을 떴다. 아마추어 오르간 연주자이기도 했던 아버지를 따라 교회에서 찬송가 반주를 맡았고, 11살에는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임명됐다.
우스텐은 “오르간 소리에 대한 첫인상은 압도적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악기가 됐다”며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임명됐을 무렵 전문 오르간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회상했다.
이어 “오르간을 연주할 때는 열 손가락과 양발의 발가락, 발뒤꿈치 등 14개의 팔다리가 움직인다”며 “길고 힘든 학습 과정과 기술적인 연습을 통해서만 마스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르간은 전통적으로 교회 악기로 여겨지지만, 매혹적인 콘서트 악기이기도 하다”며 “사람들이 오르간과 그 음악에 열광하게 하려면 연주가 매력적이고 수준 높아야 한다”며 오르가니스트로서의 사명감도 드러냈다.
우스텐은 롯데콘서트홀 공연에 앞서 6월 2일 부천아트센터 공연에서도 바흐, 프랑크, 비에른, 비도르의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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