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민희진 대표, 품위는 아쉬워도 소신은 확실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영인 PD = 언제나 정형화된 틀을 깨고 싶다고 말했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 그의 첫 기자회견은 파격이었습니다.

야구모자에 티셔츠를 입고 카메라의 플래시가 힘들다며 사진기자의 퇴장을 요구한 채 시작된 낯선 기자회견.

어떻게 빅히트에 입사하게 됐고, 왜 하이브에서 걸그룹 제작을 시작했는지 민 대표는 방시혁 의장과의 인연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요,

비속어와 오열, 울분이 섞인 두서없는 입장 발표였지만 그의 말속엔 케이팝 업계의 상업적 단면에 일침을 놓는, 소신 발언도 있었습니다.

“업계에서 랜덤카드 만들고 제발 안 했으면 좋겠어. 그런 거 없이 해보자.
(뉴진스는) ‘밀어내기’ 안 하거든요. 안 하고 이 성적이 나왔어요. ‘밀어내기’ 한 애들이랑 같이 경쟁하면요, 알음알음 다들 하고 있거든요. 하고 있으면 이게 도대체 뭐 때문에 수치가 올라가는지 시장이 비정상이 돼. 나중에는 주식시장이 교란이 와. 그리고 그거 결국 팬들한테 부담이 전가돼. 럭키드로우로 소진해야되지, 연예인도 너무 힘들어. 팬사인회 계속해야되잖아.”

포토카드나 멤버별 앨범, 팬사인회는 팬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앨범을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업계의 전형적인 세일즈 방식 중 하나입니다. 민 대표는 이런 방식이 팬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을, 아티스트에게는 고된 노동이 된다며 강력히 비판한 것입니다.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라는 기존의 주장도 왜 이 행태가 산업적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걸로 왜 문제제기를 했냐면, 내가 이걸 혐오하는 이유는 이렇게 누가 쉽게 따라해서 잘되잖아? 그러면 없는 애들이 더 좌절감에 빠져. ‘있은 애들도 저렇게 잘되는데, 뭐하러 고민하냐, 그냥 베끼면 되지.’ 그럼 베끼는 애들에게도 뉴진스에게도 나빠요. 이게 업을 망가트린다니까요.”

표현은 두서가 없이 거칠었고, 어도어라는 한 회사의 대표에게 기대되는 전형적인 품격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 오랜 기간 종사한 사람으로서, 또 한 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시킨 프로듀서로서 그가 단언한 산업적 일침은 의미 없지 않았습니다.

syip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