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날아오르는 듯 높은 점프와 온 힘을 실어 내리꽂는 스파이크, 귓전을 울리는 타격음, 손바닥에 남는 얼얼한 감각.
길이 18m, 너비 9m의 직사각형 코트 위에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배구가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왔다.
일본의 인기 스포츠 만화 ‘하이큐!!’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이다.
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에는 ‘하이큐!!’ 시리즈 속 인기 에피소드인 카라스노(烏野) 고등학교와 네코마(音駒) 고등학교 배구부 간 치열한 경기가 중점적으로 담겼다.
두 학교 배구부는 전통적인 라이벌이자, 종종 연습 상대로 맞붙었던 사이다.
2016년 국내 개봉한 ‘하이큐!! 끝과 시작’에서 두 학교가 처음 연습 경기를 하는 이야기가 그려졌으니, 극장판 애니메이션 기준으로는 약 8년 만에 두 팀이 정식 경기장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앞서 ‘끝과 시작’에서는 두 배구부의 만남과 성장, 우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고교 배구대회 3회전이라는 공식 경기로 무대를 바꾸면서 긴장감을 더한다.
작중 대사처럼 ‘다시 한번 더’가 없는 벼랑 끝 승부에서 양 팀 선수들은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경기가 길게 이어지면서 선수들의 흥건한 땀과 헐떡이는 호흡, 흔들리는 시선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손에도 자연스럽게 땀이 밴다.
‘하이큐!!’ 시리즈의 주인공은 히나타 쇼요지만, 이번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는 네코마 고등학교의 세터 고즈메 켄마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이 눈길을 끈다.
3세트 경기 막바지는 아예 켄마 시점으로 묘사했고, 경기 사이사이에 그의 어린 시절 등 회상 장면을 배치했다.
켄마는 어린 시절 동네 친구의 권유로 배구를 시작해 지금껏 선수로 뛰고 있지만, 배구에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겨도 기쁘지 않고, 져도 분하지 않던 와중에 키는 작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큰 쇼요를 만난다.
오로지 머리로만 배구하던 켄마가 쇼요에게 감화돼 경기 말미에는 누구보다 절박하게 공을 살리려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대조적이면서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참고로 ‘쓰레기장의 결전’이라는 독특한 제목은 두 학교의 상징 동물에서 따온 것이다.
주인공이 다니는 카라스노 고등학교의 상징은 까마귀, 이들의 라이벌인 네코마 고등학교의 별칭은 고양이다.
예전부터 라이벌 관계였던 두 학교 배구부를 동네 쓰레기통 앞에서 종종 영역 다툼을 벌이는 고양이와 까마귀에 빗댄 것이다.
이를 알고 보면 뜬금없이 경기 중간에 흩날리는 까만 깃털과 고양이처럼 가늘어지는 켄마의 동공 등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이번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이 지난해 극장을 강타한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더 퍼스트’의 기세를 이어갈지도 주목된다.
‘슬램덩크’와 ‘하이큐!!’ 모두 일본의 대표적인 스포츠 만화로, 국내에도 탄탄한 독자층을 두고 있다.
85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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