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슨 핵 펀치 원천은 주먹이 아니라 앞톱니근”

프로 선수 신체의 비밀을 풀다…신간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

복싱 경기하는 마이크 타이슨(왼쪽)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프로복싱 최고의 ‘핵 펀치’로는 단연 마이크 타이슨이 꼽힌다. 크고 단단한 주먹에서 괴력이 나온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해부학적으로 따져보면 타이슨이 녹아웃(KO)을 거듭 차지한 비결은 ‘복서의 근육’이라고 불리는 ‘앞톱니근’에 있다고 한다.

앞톱니근은 어깨뼈의 안쪽 끝에서 1~8번, 혹은 1~9번 갈비뼈에 붙어 있는 톱니 모양의 근육이다. 어깨뼈를 가슴에 고정해 안정화하고 어깨뼈를 앞으로 당기는 작용을 한다. 노련한 복서는 이 근육을 잘 사용해 어깨를 앞으로 내밀면서 체중이 실린 펀치를 날린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인을 열광하게 한 장면 중 하나는 태권도 남자 80㎏ 이상급 결승전에서 나왔다. 문대성 선수가 알렉산드로 니콜라이디스(그리스)의 안면을 뒤돌려차기(뒤후리기)로 가격해 KO승을 거둔 것이다.

금메달 안긴 문대성의 뒤돌려차기
(아테네=연합뉴스) 문대성이 2004년 8월 30일 새벽(한국시간) 팔리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올림픽 태권도 80kg 이상급 결승에서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의 안면을 뒤돌려차기로 공격해 다운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돌려차기를 강력하게 만드는 핵심은 회전력인데 이는 종아리뼈에 좌우된다. 종아리뼈는 정강뼈보다 얇아서 체중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안정성을 위해 고정된 정강뼈와 달리 회전이 가능하도록 역할을 한다.

이처럼 선수들의 움직임을 잘 살펴보면 관중이 주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곳에 보통 사람의 한계를 넘어서는 비결이 숨겨져 있다. 이재호 계명대 의대 해부학교실 주임교수는 신간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어바웃어북)에서 복싱, 태권도, 펜싱, 수영, 탁구, 테니스, 유도 등 28개 종목을 해부학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한국 양궁이 세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신체 부위 중 하나는 입술이다. 양궁 선수는 활시위를 당겨 고정하는 ‘앵커링’ 단계에서 활시위로 입술과 코를 누른다. 그래서 경기를 마친 양궁 선수의 입술에는 눌린 자국이 남는다. 입술이 중요한 것은 양궁 선수들이 조준할 때 항상 입술의 같은 부위에 활시위를 고정하기 때문이다. 위치가 1㎜만 달라져도 화살이 과녁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활시위를 입술에 닿게 하는 것은 입술 주변이 매우 감각이 예민해 정확하게 조준하는 기준점으로 삼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입술의 턱끝 신경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책 표지 이미지
[어바웃어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책은 놀라운 기록을 세운 선수의 신체가 지닌 특징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올림픽에 5차례 출전해 개인 통산 최다인 28개의 메달을 딴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8천500㏄의 폐활량을 자랑한다. 건강한 남성 평균 폐활량(약 3천500㏄)의 2.4배 수준이다. 폐활량이 크면 호흡이 유리하며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흔히 수영을 많이 하면 폐활량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폐활량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므로 펠프스의 엄청난 폐활량은 훈련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책은 전한다. 다만 꾸준한 수영이 폐포의 기능을 향상하는 효과는 있다고 한다.

408쪽.

역영하는 마이클 펠프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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