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연기로 첫 호흡…”분량 적더라도 무조건 하겠다 생각”
“군 생활하며 스스로 챙기게 돼…배우로서도 더 대담해져”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수지 씨와 친구처럼 혹은 오래된 연인처럼 보이길 바라면서 연기했어요. 촬영본을 보고서 ‘우와 우리 진짜 예쁘다. 정말 잘했다’ 칭찬했죠.”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원더랜드’ 주연 배우 박보검은 상대 배우인 수지와 함께 촬영한 당시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인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이들과 다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박보검과 수지는 연인 관계인 태주와 정인 역을 각각 맡았다. 두 사람은 백상예술대상 MC로 여러 번 호흡을 맞췄지만, 한 작품에서 연기하는 건 ‘원더랜드’가 처음이다.
박보검은 “수지 씨와는 처음 같이 연기한 것인데도 서로 잘 맞았다. 워낙 털털한 친구라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잘 받아줬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에서도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군 생활 당시 선·후임 등에게 “수지와 영화를 찍었다”며 자랑도 했다고 한다.
박보검은 “제가 군대에 있는 동안 수지 씨는 다양한 작품으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라”라며 “수지 씨의 시간의 흐름을 제가 지켜본 것 같은 느낌”이라며 웃었다.
극 중 태주와 정인은 아름답게만 그려지는 커플은 아니다. 태주는 사고로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만 누워 있다가 정인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하면서 가상 세계에서 AI를 통해 복원된다. 정인은 AI 태주와 영상통화를 하며 그리움을 달래지만, 실제 태주가 깨어나고부터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
박보검은 “시나리오를 보고서 ‘정말 이런 세상이 올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며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을 수 있는) 옴니버스 영화라도 무조건 출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박보검은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시나리오에 나와 있지 않은 태주와 정인의 서사를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정인과 태주는 모두 고아라서 서로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사이로 설정하고 연기했다”면서 “그래야 가족도 아닌 연인이 그토록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것을 이해할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박보검과 수지의 의견을 반영해 시나리오에 없는 장면이나 즉흥 연기도 영화에 담았다. 태주와 정인의 과거를 담은 장면 대부분은 두 사람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박보검은 상반된 성격의 AI 태주와 실제 태주를 모두 연기해야 해 어려움도 따랐다. AI 태주는 활력 넘치고 정인에게 다정하지만, 실제 태주는 정인의 신경을 건드리는 말과 행동으로 실망감을 안긴다.
박보검은 “감독님께서 실제 태주는 좀 이상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다”며 “무엇이 진짜 나인지 고민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원더랜드’는 박보검이 입대 전 촬영을 마치고 전역한 지 2년 만에야 세상에 나오게 됐다. 재작년 전역한 박보검은 ‘원더랜드’를 비롯해 JTBC 드라마 ‘굿보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등의 공개를 앞뒀다.
그는 군 생활을 하며 개인적으로도 배우로서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됐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자기보다 주위 사람을 돌보는 게 먼저였다면, 이젠 스스로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걸 안다고 그는 강조했다.
“나부터 잘 지켜야 다른 사람도 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연기에 있어서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고요. 대담해졌다고 할까요.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다양해지고 많아졌어요. 나이도 한 살씩 들면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삶의 이야기에 관심도 생겼습니다. 어렸을 때라면 못했을 텐데, 지금은 표현할 수 있는 게 더 폭넓어졌다는 걸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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