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다역’으로 반복되는 가족사 표현…희로애락·인생무상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냐”
‘인생’이라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던 매튜는 5대에 걸친 자신의 가족사를 되돌아보며 이렇게 읊조린다.
2017년 ‘식구’라는 제목으로 국내 초연된 뒤 올해 4번째 상연되는 연극 ‘더 빅 밀’은 한 가족의 밥상머리 대화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과 허무함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샘과 니콜의 첫 만남부터 그들의 손녀 재클린과 그녀의 아들 매튜의 마지막 대화까지 한 가족의 90년사를 90분 동안 담담하게 풀어낸다.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것을 엮어내는 방식이 제법 신선하다.
무대의 배경을 가족의 식사 자리로만 한정했고, 모든 배우가 일인다역을 맡아 반복되는 가족사를 적절하게 표현해냈다.
예를 들어 극초반 샘 역을 연기한 배우 김영웅은 이후 샘의 아들 로비 역과 샘의 외손자 새미 역까지 연기한다.
출연 배우 모두가 이런 식으로 배역을 수시로 바꿔 연기하는데도 관객이 극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다.
관객이 헷갈리지 않도록 모든 장면을 짤막하게 구성했고, 배역 변화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도 90분 내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대사를 무리 없이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중년의 샘과 니콜을 연기한 배우 김진곤과 김미승의 원숙한 생활 연기가 극 전체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김진곤은 중년의 샘과 아들 로비를 연기했고, 김미승은 중년의 니콜로 시작해 딸 메디와 손녀 재클린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또 공연 내내 아역만 도맡은 배우 박혜림과 이효정의 연기는 다소 과장된 면도 있지만, 이 작품이 코미디라는 본성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다만 일부 장면에서 배우들의 대사가 뭉개져서 들리는 등 연출진이 음량 조절에 미숙함을 드러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폭풍 같은 인생사를 웃음과 눈물로 풀어낸 연극 ‘더 빅 밀’은 오는 30일까지 서울 성북구 여행자극장에서 공연된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