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르신 위한 잔치 장면 생생히…정선의 기록화 보물 됐다

국가유산청, 초기작 담긴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 등 5건 보물 지정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인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이 남긴 기록화가 보물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정선의 기록화가 담긴 서화첩인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鄭敾 筆 北園壽會圖帖) 등 총 5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서화첩은 총 20장 40면으로 구성돼 있다.

1716년 이광적(1628∼1717)이 과거 급제 60년을 맞아 9월 16일에 잔치를 연 뒤, 10월 22일에 같은 동네에 사는 노인을 모아 기로회(耆老會)를 연 것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로회는 고령으로 벼슬에서 물러난 사람들이 만나던 모임을 뜻한다.

당시 행사는 정선의 외삼촌이 주도해 열렸는데, 화첩 맨 앞에는 ‘북원수회도’ 그림이 수록돼 있으며 참석자 명단인 좌목과 시문, 제작 경위를 적은 글 등이 적혀 있다.

그림 우측 하단에는 ‘정선이 삼가 그리다’는 글도 남아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진경산수를 대표하는 화가인 정선의 초기작이자 기록화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화첩에는 숙종(재위 1674∼1720) 후반기에 활동한 주요 인물과 관련한 시문이 함께 실려 있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원수회도첩은 최근 별세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1929∼2024) 씨가 기증한 작품이다.

그는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1903∼1983) 선생과 함께 대(代)를 이어 모았던 문화유산, 이른바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300여 점을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말 보물로 지정 예고하면서 ‘북원수회첩’이라는 명칭을 쓰기로 했으나, 전문가 논의를 거쳐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으로 이름을 바꿨다.

‘도은선생집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려 말 학자인 도은(陶隱) 이숭인(1347∼1392)의 글을 엮은 시문집도 이날 보물로 지정됐다.

전남대학교도서관이 소장한 ‘도은선생집’은 권근(1352∼1409), 정도전(1342∼1398) 등이 쓴 서문과 이색(1328∼1396) 등이 참여한 발문을 온전히 전해 가치가 크다.

발문은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과 제작 경위 등을 담은 글을 일컫는다.

국가유산청은 이와 함께 ‘영덕 장륙사 영산회상도’. ‘영덕 장륙사 지장시왕도’, ‘무안 목우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등 조선시대 불화와 불상도 보물로 지정했다.

‘영덕 장륙사 영산회상도'(왼쪽)와 ‘영덕 장륙사 지장시왕도’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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