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하준 “이준호는 요즘시대 젊은이…철없고 저돌적인 모습 닮아”

‘졸업’서 정려원과 멜로 호흡…”자식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

“섬에서 배우 꿈 위해 편지 한장 쓰고 상경…로코도 잘할 자신 있죠”

배우 위하준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이준호는 한마디로 ‘돌아이’ 같았어요.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 남자주인공과 다르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요즘 시대 젊은이 같지 않나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졸업’의 이준호(위하준 분)는 당돌하고, 저돌적이다. 훅 들어오는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을 흔들고, 능글맞은 태도로 절로 헛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러나 여느 로맨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처럼 마냥 설레지만은 않는다. 가끔 철없는 객기를 부리는 모습이 어려 보이기도 하고,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고 제멋대로 굴 때면 밉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배우 위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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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남자주인공 이준호를 연기한 위하준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준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지만, 대본을 봤을 때는 진짜 웃기는 친구라고 생각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준호는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고등학생 시절 과외 선생이자 첫사랑인 서혜진(정려원)과 같은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자주 의견이 엇갈린다.

하루는 참다못한 서혜진이 “이렇게 날 자극하고 모욕해서 얻는 게 도대체 뭐냐”고 소리치는데, 이준호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백년해로”라고 답한다.

드라마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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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준은 이 대사를 언급하며 “순간순간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이런 부분이 이준호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교육관을 갖고 부딪히는 장면이나,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내용 등 긴 호흡의 대사가 많았는데, 끊어가기에는 하나같이 의미 있는 대사였다”며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친구도 안 만나고 골방에 틀어박혀서 대사만 달달 외우면서 지냈던 것 같다”고 했다.

위하준은 이준호와 은근히 닮은 구석이 많다고 했다. 그중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저돌적으로 직진하고 돌파하는 모습”을 꼽았다.

배우 위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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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 소안도에서 나고 자랐다는 위하준은 “고등학생 때 처음 상경했는데, 전학 간다는 소식에 가장 아쉬워한 분들이 학교 선생님이었다”며 “학생회 활동도 했고, 내신 성적도 열심히 챙겼기에 학교에선 저를 농어촌 전형으로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변의 만류에도 배우라는 꿈을 이루겠다며 아버지와 고모에게 편지 한 장 쓰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며 “결국 연극·영화학부에서 연극을 전공하게 됐는데,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1년 만에 자퇴하고 군대에 갔다. 전역하고 나서는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 또다시 ‘맨땅에 헤딩’을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이준호의 철부지 같은 모습도 사실 저와 닮은 것 같아요. (웃음) 연기할수록 ‘맞아, 나에게도 이런 나약하고 미성숙한 모습이 있었지’하고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공감됐고, 준호가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했죠.”

드라마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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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서 10살 차이 나는 정려원과 멜로 호흡을 맞춘 위하준은 “제가 한 작품 중 가장 기대하면서 방송일을 기다렸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케미(호흡) 좋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며 “누나 덕을 크게 본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려원 누나는 20년 넘게 연기를 해온 선배인데, 한 번도 촬영장에 늦게 온 적이 없고, 대사도 늘 달달 외워 왔어요. 어떻게 아직도 저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고, 저도 덕분에 각성했죠. 저뿐만 아니라 스태프 한명 한명까지 모두 다 편하게 대해줘서 모두가 누나를 좋아했어요.”

드라마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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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한 위하준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면서 단번에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18 어게인’ 등에서 이나영, 김하늘과 호흡을 맞추며 ‘연하남’의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왜 자꾸 연하남으로 캐스팅되는지 모르겠다”며 아마 나이보다 성숙해 보여 특유의 케미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의 동생 역으로 출연했던 위하준은 ‘졸업’이 안판석 감독과 함께 하는 두 번째 작품이다.

“처음에 이준호 역으로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큰 보람을 느꼈어요. 지난 5년 동안 쉬지 않고 작품을 했는데, 노력의 결실을 본 기분이었죠”

배우 위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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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준은 “감독님이 ‘졸업’은 제가 앞으로 자식을 낳아서 자식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며 “그 말씀에 감동했고, 저 역시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대중이 더 좋아할 법한 멜로의 남자 주인공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은데 잘할 자신이 있어요. 제가 생각보다 웃기거든요.”(웃음)

coup@yna.co.kr